[데스크 진단]브라질이냐 중국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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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경제부 차장
하임숙 경제부 차장
며칠 전 국세청에서 느닷없이 통지서가 한 통 날아왔다. 지난해 금융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내역이었다. 작년에 투자한 적이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증권사에 알아봤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잔금이 좀 있네요. 그 이자분에 대한 세금을 원천징수했다는 통보인 것 같습니다.”

그랬다. 명색이 한국 자산시장의 두 축인 부동산, 증시를 동시에 맡은 데스크이지만 지난해에 얼마 안 되는 내 금융자산을 몽땅 CMA에 묻어두고만 있었다.

꽤 오래 투자했던 펀드를 환매한 이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던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경제는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양적완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미국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바람에, 또 고공 행진을 벌였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흔들리는 바람에 세계 경제도 불안했다. 지난해 평생 처음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 및 잔금 납부에도 마음이 쓰였다. 돈 쓸 일이 곧 생긴다고 생각하니 자산을 안전하게 보존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던 것이다.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동양사태 이후 급감했던 CMA 계좌 수는 꾸준히 불어나 지난해 말에 1100만 개를 넘어섰다. 머니마켓펀드(MMF)에 들어있는 단기 부동자금도 지난해 말 110조 원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말이 단기자금이지, 투자처를 찾지 못해 그냥 묻어 놓은 장기자금이다.

이렇게 고여 있던 돈이 올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더이상 MMF나 CMA에 자금을 묶어둘 수 없을 정도의 초저금리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2년 이후 박스권에 갇혀있던 증시가 드디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장기 침체에 빠졌던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돈은 앞으로 어디로 움직일까. 일부는 이미 부동산을 향하고 있다. 청약시장은 작년부터 뜨거워졌고 ‘전국이 땅 매입 전쟁 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택 상업용지 매매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는 증시로도 움직이고 있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이 중심이 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개미들도 하루 3조 원 이상을 거래하고 있다.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남이 움직이니 그제야 마음이 동했다. 장기 투자하기에 적절한 투자처를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끝에 대상이 브라질과 중국으로 압축됐다. 금융투자사 사장 2명은 브라질 국채를 추천했다.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의 금리가 10%대로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단 ‘10년 동안 묻어둘 수만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지만 이미 원-헤알화 환율은 1헤알당 350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전문가는 중국 손해보험주를 권했다. 가구당 차가 한 대 이상인 ‘마이카 시대’가 아직 오지 않은 중국에서 향후 자동차 운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고, 덩달아 교통사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외국 자본이 신흥국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담는 주식이 보험주라는 말도 곁들였다.

투자의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투자할 때를 놓치는 건 아닌지 슬며시 걱정도 된다. 브라질이냐 중국이냐, 얼마동안 ‘열공’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봄날이다.

하임숙 경제부 차장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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