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 핵심은 투자대상 아닌 수익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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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경제부
박민우·경제부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투자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금융권, 정치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의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운용하는 국부펀드가 스포츠 구단에 투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많다. 이런 뒷말은 다저스의 현 공동구단주이자 전 미국 프로농구 선수인 매직 존슨처럼 스포츠 스타, 또는 갑부들이 스포츠 구단을 운영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은 스포츠 구단에 투자하는 각국의 국부펀드가 적지 않다. 아부다비의 무바달라와 바레인의 국부펀드 뭄탈라카트홀딩스는 각각 포뮬러원(F1) 경주팀인 페라리와 매클래런그룹에 지분을 투자했다. 리비아투자청(LIA)은 2002∼2007년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벤투스에 총 41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카타르투자청(QIA)의 자회사는 2011년 프랑스 프로축구팀 파리 생제르맹을 3억4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부펀드가 왜 스포츠 구단에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다저스에 투자했을 때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질문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다저스의 투자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의 가장 큰 근거는 다저스가 2013∼2014년 연속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적자를 낸 것은 이 두 해뿐이다.

적자의 주된 원인은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가 구단을 인수한 뒤 류현진 선수를 포함한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인건비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다저스의 팀 연봉(2억7773만 달러)은 MLB 30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또 다저스 스타디움 개보수에 1억8000만 달러가량을 쓰기도 했다.

이런 ‘투자’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2013년 2억9300만 달러였던 다저스의 연간 매출은 2014년에 4억300만 달러로 뛰었다. 올해는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팀 성적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긴 해도 스포츠업계 관계자들은 그간의 투자가 효과를 발휘하는 몇 년 안에 다저스의 경영실적이 흑자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팀 연봉을 5%만 줄여도 지난해 적자(1220만 달러)를 메울 수 있다.

KIC는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최소 수익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프로스포츠 구단에 대한 투자를 무조건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다”며 “KIC 투자의 성패는 향후 얼마나 수익을 거둬들이느냐를 보고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민우·경제부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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