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부도심 중 한 곳인 영등포는 교통의 요지이자 서남부 지역 대표 유흥가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한동안 강남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낙후된 지역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던 영등포가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의 ‘최일선 유통 격전지’로 거듭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영등포역∼신도림역(서남 방향), 영등포역∼영등포구청역(서북 방향)이 변화의 핵심이다. 이 지역에는 불과 반경 2km 안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업계 ‘빅3’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모두 입점했거나 입점을 계획 중이다. 서울시내에서 이런 곳은 영등포가 유일하다.
○ ‘낡은 부도심’에서 신(新) 유통 격전지로
‘영등포 유통전쟁’에 불을 댕긴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롯데와 신세계가 영업 중인 영등포 상권에 합류할 뜻을 내비쳤다. 신도림 디큐브시티백화점의 현 운영사인 대성산업과 디큐브시티 인수를 추진 중인 JR자산운용펀드는 최근 백화점 운영을 현대백화점에 맡긴다는 큰 틀에 합의하고 임대료 등 세부 조건을 놓고 조정 중이다.
현대백화점의 사업 개발 담당 관계자는 “신도림역 부근은 (유동인구가 많아) 대규모 집객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디큐브시티가 생긴 후부터 이 지역 진출을 검토해 왔다”며 “서울 양천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김포 아웃렛 등 기존 점포와 함께 ‘유통 트라이앵글’을 만들어 서울 서부 지역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연 매출 5000억 원)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4500억 원) 등 기존 점포에 현대백화점까지 가세하면 ‘백화점 업계 빅3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미 인천, 경기 수원 고객들까지 몰려와 늘어난 상위 소비 계층과 타임스퀘어로 유입되는 20대 젊은층을 겨냥해 매장을 개편 중이다.
여기에 이마트 영등포점과 홈플러스(영등포점, 신도림점 등 2곳),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빅마켓 영등포점 등 이미 입점해 있는 대형마트 3사와 타임스퀘어 등의 복합쇼핑몰까지 고려하면 영등포 상권은 서울 도심에서 가장 쇼핑하기 좋은 곳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영등포역 유동인구 하루 11만 명
영등포구 일대는 1990년대까지 공장 밀집 지역이었다. 이후 제조업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낡은 동네’의 이미지가 부각되기도 했다. 영등포가 유통 도시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재개발이 이뤄지며 공장 대신 대규모 주상복합단지와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코리아’의 김성순 이사는 “강남보다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영등포 일대에 주상복합 건립이 붐을 이뤘고 외부로부터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이 들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교통의 요지라는 지리적 장점 때문에 유통업계가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영등포역 일대는 명동, 종로 등에 이어 서울 시내에서 8번째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영등포역의 승하차 인원은 하루 평균 약 11만 명으로 코레일 구간 중 가장 많다. 따라서 서울 시민뿐 아니라 인천, 수원 시민들까지 몰리는 데다가 최근에는 중국인 등 관광객들까지도 이곳을 찾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12%가 영등포·여의도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남역(3.5%)이나 가로수길(9.1%)보다 높은 수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교통, 수요, 접근성 등에서 영등포는 유통 클러스터가 되기 좋은 조건”이라며 “공장지대에 대한 개발이 더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더 치열한 유통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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