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국내 금융권 첫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8일 03시 00분


덩샤오핑 인척이 세운 안방보험, 1조1319억원에 동양생명 인수

한국 금융계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의 자본이 진출했다.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동양생명 지분 6777만9432주(57.5%)를 주당 1만6700원, 총 1조1319억 원에 중국 안방(安邦)보험에 파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금융 당국의 주주적격성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으면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의 대주주가 된다. 지난해 대만의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을 인수했지만 중국 본토의 금융자본이 한국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안방보험이 처음이다.

2004년 설립돼 생명·손해보험, 자산관리 등 8개 부문을 거느리고 있는 안방보험그룹은 자산 7000억 위안(약 124조 원)의 대형 종합보험사다. 자산 규모로는 중국 보험업계 10위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 달러(약 2조1500억 원)에 사들여 자금력을 과시했다.

중국의 민성(民生)은행, 자오상(招商)은행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벨기에 피데아보험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네덜란드 금융사 델타로이드의 벨기에 은행 사업부를 사들이는 등 유럽의 금융회사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공격적인 확장 행보에 중국 금융권에서 ‘토호(土豪)’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안방보험의 과감한 행보 뒤에는 강력한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방보험그룹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우샤오후이(吳小暉)는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외손녀 사위다. 우 회장은 2004년에 민간보험사인 안방화재보험을 세워 국유기업들이 주도하던 중국 보험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안방은행이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8위의 중견 보험사가 된다. 중국 본토 자본의 첫 진출에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권은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장기적인 자산 운용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보험산업에서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안방보험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시장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양생명의 시스템과 노하우만 취한 뒤 다시 팔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한국 진출을 계기로 우리은행 인수전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유력한 경쟁 상대였던 교보생명이 입찰에서 빠지며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무산된 바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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