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채용 한파’ 녹인 구본무 회장의 한마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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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산업부
김창덕·산업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5일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초청한 국내 석·박사과정 학생 30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이런 인사를 건넸다. 한 그룹의 총수가 직원도 아닌 학생들에게 한껏 몸을 낮추는 것은 흔한 광경이 아니다.

LG그룹은 2012년부터 매년 1분기(1∼3월)에 LG 테크노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좋은 인재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구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구 회장은 매년 이 행사를 통해 미래의 인재들과 직접 교감을 나누고 있다. 그가 ‘사람’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구 회장은 행사장에서 만난 동아일보 기자에게 “불황이라고 해서 채용을 줄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 어렵다고 사람 안 뽑으면 안 된다”고 했던 그의 ‘인재 철학’은 변함이 없었다.

구 회장의 발언이 더욱 무겁게 들리는 이유는 재계에서 대대적인 감원 한파가 불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실적 부진에 빠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원 30%를 집으로 돌려보낸 데 이어 지난달부터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채용시장까지 급격히 냉각시켰다. 다수 기업이 올 상반기(1∼6월) 대졸공채 인원을 당초 계획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마다 고유의 경영 방식이 있다. 투자든 채용이든 각 기업의 여건에 맞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감원 카드’부터 꺼내드는 기업에 대해선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인 9.0%까지 치솟은 상황이 아닌가.

6년 전처럼 구 회장의 한마디가 채용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길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채용공고만 손꼽아 기다려온 취업준비생에겐 그런 바람이 더욱 클 터다. 기업으로서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지금 입사 15∼17년 차 ‘허리 라인’이 부족해진 현상을 떠올린다면 채용 감축이 결코 남는 장사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채용 한파#구본무#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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