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금융산업 살길, 7시간의 ‘108번뇌’… 꿰어야 보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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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108명 ‘범금융 대토론회’… “핀테크 집중” “금산분리 풀어야”
쏟아진 현장의견 담을 대책 절실

장윤정·경제부
장윤정·경제부
“솔직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쓴소리 많이 해주십시오.”

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장장 7시간에 걸쳐 진행된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 2015 범금융 대토론회’ 현장.

금융 당국자와 금융지주사 및 은행 보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 108명의 금융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들을 준비가 돼 있으니 쓴소리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행사 초반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 뒤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소장이 포문을 당겼다.

“금융사들이 스스로를 공격(혁신)해야 한다. 스스로 공격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당신들을 공격할 것이다. 핀테크 자회사가 없으면 만들고 30대 사장 앉혀라.”

파격적인 메시지에 금융회사 CEO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윽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이들은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진솔한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은행이 나중엔 인수합병(M&A) 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국내 금융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우리도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정보기술(IT) 회사가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금산분리를 풀어줘야 한다”며 금융당국에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당국을 향한 비판들도 쏟아졌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핑퐁식’으로 업무를 미루는 일이 있다”라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의 각종 검사로 인해 영업이 위축된다며 검사기간을 총량화해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 수장과 전 업권을 아우르는 금융계 CEO들이 한데 모여 금융 산업의 살길에 대해 ‘끝장 토론’을 펼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술금융과 핀테크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보라는 지시를 실무진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제 공은 금융위로 넘어왔다. CEO들이 고민 끝에 한 발언들을 공허한 외침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제개혁 방안이 나와야 한다. 신 위원장은 어제 토론을 마치고 “금융사를 ‘어린애’ 취급했던 것 같다”며 “2차 규제개혁에 금융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말 바빠지게 생겼다”라며 “범금융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08명의 고뇌가 담긴 발언들이 녹아든 대책이 나와 범금융 토론회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산업#범금융#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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