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금호고속 매각… 박삼구회장-채권단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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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사 “방해땐 우선매수권 박탈”… 朴회장측 “비싸게 팔려는 노림수”
1조안팎 예상 자금 동원력이 변수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를 둘러싸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과 매각 주체들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달 30일 금호산업 지분 57.6%에 대해 매각 공고를 냈다. 매각 주간사회사는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로 이달 25일 오후 2시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금호산업 지분 10.4%를 가지고 있어 추가로 40% 정도만 더하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고와 함께 매각 주간사회사 측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 매각을 방해할 경우 2013년 박 회장과 체결한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추진 약정서에 근거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할 수 있다”며 “또 경영권을 행사해 박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도 교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반응이 나온 데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금호고속 인수전에서 현 주인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가 “박삼구 회장 측이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며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영향을 줬다.

IBK 측은 지난달 29일 “금호고속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구사회’가 신임 공동 대표의 출근을 저지하고 각종 인허가 업무 등에서 대표이사 전결 사안을 집행임원의 권한으로 처리하는 등 경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IBK 측은 금호고속이 임명한 김성산 대표이사를 “(금호고속의 매각가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해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IBK가 가지고 있던 대우건설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IBK가 우리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에 금호고속을 재매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IBK 측은 “아직 예비입찰 단계라 최종 가격이 나오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이처럼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또 금호고속은 그룹의 모체인 동시에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 둘 다 그룹 재건에 필수적인 회사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의 경우 인수 가격이 최소 6000억 원대 이상, 금호고속은 5000억 원대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비해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2000억 원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하면서 확보한 3300억 원의 사재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에 썼다.

박 회장으로서는 어떻게든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적당한 투자자가 나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한 자금력이 풍부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 매입에 나서는 등 잠재적 경쟁자들도 떠오른 점도 위협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강유현 기자
#금호산업#금호고속#박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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