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2015년 성장률, 12년만에 5% 밑돌듯

  • 동아일보

신설 해외공장 없고 러시아-브라질 시장 불투명

내년 한 해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량 증가율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5%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03년은 카드 대란으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됐던 해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사상 처음 연간 800만 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포스트 800만 대 시대’를 대비한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25일 “내년 판매량을 올해 대비 5% 늘리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일각에서는 내년 현대차 판매대수 증가율을 3∼4%, 기아차를 4∼5%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판매량을 5% 이상 늘려왔다. 올해는 800만 대 달성이 확실시되면서 5.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년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연간 판매 목표를 발표할 예정인데 자동차 업계에선 성장률을 5%(총 840만 대) 미만으로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새로 가동하는 해외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공장을 통해 현지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1997년 현대차 터키 공장을 시작으로 해외에 승용차 공장 15곳과 상용차 공장 한 곳을 세웠다. 현재 추진 중인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2016년 준공한다. 현대차의 중국 4공장도 내년 준공은 불가능하다. 이미 해외 공장 가동률은 100% 안팎인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량의 34.2%를 차지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심상찮다. 현대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내년 중국과 인도 신차 판매량이 7∼8% 증가하는 반면 러시아는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차 판매량이 줄었다.

엔화 약세도 문제다. 박홍재 KARI 소장은 “향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130엔대 수준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종 간 부품 공용화를 확대하면서 1개의 부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량 리콜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또 해외 공장이 늘어나 각 공장에 대한 세밀한 품질 관리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 2006년 판매량 800만 대를 돌파한 도요타는 2010년 1200만 대 리콜을 감행했다. 제너럴모터스는 올해 3000만 대를 리콜했다.

포스트 800만 대 시대를 맞은 현대·기아차의 숙제로 품질 관리, 기술 향상, 새 시장 창출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연간 6% 이상 성장하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을 공략하는 게 관건이다. 아세안 지역의 경우 자동차 시장의 80%를 일본차가 차지하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에서의 대량 리콜에 대비하기 위해선 품질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외 교섭력을 키워 친한(親韓)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료소비효율(연비) 전쟁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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