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현대차로 팔릴때 39만대서… 16년만에 7배 이상 대도약
현대차와 플랫폼 통합해 효율성 쑥
올해 기아자동차의 연간 판매량이 3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의 판매량은 현대자동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1998년 38만9171대에서 16년 만에 7배 이상으로 뛰었다.
22일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24일 국내외 연간 판매량이 3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올해 판매량이 500만 대 안팎이라고 가정하면 1998년부터 올해까지 판매량은 6배로 증가했다. 성장폭으로만 따지면 기아차가 더 고속 성장한 셈이다.
기아차 도약의 일등공신으로는 현대차와 플랫폼(플로어, 섀시, 변속기 등 자동차의 기본 골격)을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점, 기아차 사장을 역임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이 꼽힌다.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 이후 기아차 연구개발(R&D) 조직을 남양연구소로 통합했다. 2000년 기아차가 선보인 ‘옵티마(현 ‘K5’)’는 현대차 ‘EF쏘나타’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했다. 2003년 나온 ‘세라토’는 현대차 ‘아반떼’와 플랫폼을 공유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플랫폼 공용화를 통해 플랫폼 1개당 개발비를 1000억 원 이상 절감했고 신차 개발 기간을 2002년 평균 40개월에서 지난해 19개월로 단축시켰다”며 “현대·기아차의 플랫폼 수는 2002년 22개에서 2009년 18개, 2011년 11개, 2013년 6개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된 뒤 ‘스포티지’, ‘카니발’ 등 레저용차량(RV) 위주로 차종을 재편했다. 1999년 현대차가 인도에서 팔던 경승용차 ‘상트로’를 국내에서 기아차 ‘비스토’ 이름을 달고 판매했고, 현대정공의 ‘싼타모’ 변형 모델을 기아차 ‘카스타’로 선보였다. 그 대신 현대차와 고객층이 겹치는 차종은 없앴다. 기아차는 2000년 ‘크레도스’를 시작으로 2001년 ‘세피아’ ‘슈마’ ‘포텐샤’, 2002년 ‘엔터프라이즈’ 등을 단종했다. 2006년 기아차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8년 만에 적자를 냈다. 당시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해외 공장이 중국1공장뿐이어서 환율 하락은 8110억 원의 환차손으로 이어졌다.
2005년 기아차 사장에 부임한 정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은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정 부회장은 2006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고 아우디 ‘TT’를 디자인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사장을 영입했다. ‘호랑이코 그릴’로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특징으로 한 패밀리룩을 선보이며 기아차는 2008년 흑자 전환했다. 2008년 ‘쏘울’, 2009년 K시리즈의 첫 모델인 ‘K7’이 나왔다.
기아차의 과제는 현대차와의 차별화다. R&D 조직을 통합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차별화가 어렵고 현대차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도 낮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아차는 현대차에 비해 덩치가 작은 만큼 다양한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기회”라며 “디자인에 이어 과감한 전장 기술을 먼저 도입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 차원에서 K7과 K9 등 고급차의 성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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