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제일모직 지분 전량 매각… 30개 넘던 순환출자 1년새 10개로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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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수직계열화 강화… 3세 승계 앞두고 부담 덜기
제일모직 상장 첫날 공모가 2배로 시가총액 15조… 단숨에 14위 랭크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날 상장에 앞서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지분 5.0%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전량 매각하면서 삼성그룹의 대표적 순환출자 구조인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의 연결고리가 16년 만에 끊어지게 됐다. 이로써 지난해 말까지 30개가 넘던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10개로 줄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3세 승계를 앞두고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남은 고리를 최대한 끊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 구조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해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2년 말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자 계열사들 간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순환출자 고리를 최대한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당시 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법안이 발의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는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부담감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며 “3세 승계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사업구조 재편의 가장 큰 원칙 중 하나가 순환출자 고리를 최대한 끊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삼성물산과 삼성전기가 각각 삼성카드 지분 2.5%와 3.8%를 삼성생명에 매각한 것이 시작이었다. 비금융 계열사들이 갖고 있던 금융사 지분을 사실상의 금융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에 넘기면서 6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연쇄적으로 사라졌다.

올해 6월에는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지분 4.7%를 삼성전자에, 삼성생명이 삼성물산 지분 4.7%를 삼성화재에 각각 넘겼다. 이어 7월 삼성SDI가 제일모직 소재 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제일모직에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출자 고리가 끊겨 전체 고리 수는 14개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삼성SDI가 남은 제일모직 지분 4.3%를 추가로 매각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전기도 각각 갖고 있는 제일모직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고리만 남게 된다.

▼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단순화 ▼

○ 삼성생명→삼성전자가 골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고 나면 삼성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2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가 가능하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를 정리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최대한 정리하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려면 너무 큰돈이 필요하다”며 “당분간은 이 구조에 손을 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도 그동안 이어져 온 금산분리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우호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생명 지분 0.1%를 매입하고, 삼성전자가 2조 원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 그 신호탄이다.

일각에선 삼성그룹이 앞으로 삼성전자를 사업부문과 지주부문 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몇 년 후에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부문 회사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오랫동안 검토해 봤지만 자금이 10조 원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자칫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당장은 어렵고 장기적으로 고민해볼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상장 첫날 거래대금 신기록

제일모직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으로 급등하며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제일모직은 공모가(5만3000원)의 2배인 10만6000원에 첫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주가가 급락하면서 첫날 하한가 가까이 떨어진 삼성SDS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연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시초가보다 6.6% 오른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5조2550억 원으로 단숨에 시가총액 순위 14위에 올랐다. 거래도 폭주했다. 제일모직의 이날 거래대금은 1조3651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26%를 차지했다. 지난달 삼성SDS(1조3476억 원)를 넘어 상장 첫날 거래대금 기록을 갈아 치웠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재영 기자
#삼성카드#제일모직#순환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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