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하영구 씨티은행장의 ‘이직 의사’ 결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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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경제부
송충현·경제부
“현직 은행장이 경쟁사 최고경영자(CEO) 후보가 되겠다고 하니 직원들은 당황스럽죠.”(한국씨티은행 관계자)

“14년간 은행장을 해 온 경험이 있으니 KB금융을 훌륭하게 이끌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금융권 관계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나선 것을 두고 금융계에 이런 얘기들이 분분합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2일 하 행장을 KB금융 회장 후보로 선정했지만 그동안 하 행장은 회장 선출 과정에 참여할지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하 행장이 6일 오후 씨티은행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냈습니다. “KB금융 회장 후보에 포함됐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씨티은행 직원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입니다. 최근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행장이 ‘이직’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씨티은행에서는 5월부터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650명(전체 인원의 약 15%)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같은 기간 190개 점포 중 56개 점포가 통합돼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씨티은행 노조는 “하 행장이 최종 후보 4명에 오르면 사퇴 요구를 포함한 여러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하 행장의 오랜 금융계 CEO 경력을 높이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 행장이 사실상 ‘현직’을 걸고 KB금융 회장 후보에 도전하는 데에는 실력과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장을 맡다가 2004년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인수된 뒤 지금까지 씨티은행장으로 일해 왔습니다. 2010년 6월 한국씨티금융지주가 만들어져 지주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차기 KB금융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겸임할 확률이 높습니다. 회추위 관계자는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따로 뽑기에는 인재풀이 마땅치 않아 지주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통 금융인 출신이고 금융지주와 은행장을 겸임한 경력이 있어 다른 KB금융 회장 후보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하 행장이 회장 후보직을 받아들이면서 8명의 KB금융 회장 후보가 확정됐습니다. KB에 몸담은 적이 있는 후보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부행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등 5명입니다. 하 행장과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3명은 외부 출신입니다.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하 행장의 도전이 어떤 결말로 끝나게 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송충현·경제부 balgun@donga.com
#하영구#씨티은행#KB금융지주 회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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