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리는 中증시 ‘후강퉁’… 한국 투자자와도 通할까

  • 동아일보

이르면 10월 13일부터 상하이-홍콩증시 교차매매 실시

이르면 다음 달 13일부터 개인투자자도 펀드 등을 통하지 않고 중국 본토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굳게 닫힌 중국 자본시장의 빗장이 열리면서 저금리로 고민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재테크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당국은 이르면 다음 달 13일부터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의 상장 주식을 교차 매매할 수 있는 후강퉁(호港通) 제도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후(호)는 상하이, 강(港)은 홍콩을 의미하며 양쪽을 통(通)하게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려면 적격해외기관투자가(QFII)나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받아야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들 기관이 만든 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후강퉁이 시행되면 개인투자자도 홍콩 증권사를 통해 자유롭게 중국 본토 A주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 주식투자 설명회를 여는 등 중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려는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직접투자를 통한 해외 주식투자 분리과세를 노린 개인 거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후강퉁이 시행되면 다양한 중국 투자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기존처럼 펀드를 통해 홍콩증시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금융주, 에너지 섹터 등에 편중될 수밖에 없어 내수기업에 투자하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상하이증시의 내수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가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하이증시에서 찾기 어려운 차이나모바일 등 주요 통신기업이나 텐센트 등 인터넷 기업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KDB대우증권 최홍매 연구원은 “홍콩의 카지노, 상하이의 소비주와 헬스케어 등 두 시장 간에 상대적으로 희소성을 가진 주식들에 대한 재평가가 예상된다”며 “홍콩과 상하이에 동시 상장된 주식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중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현상도 해소돼 장기적으로 주가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후강퉁이 시행되면 약 1조3000억 달러(약 1344조 원)의 자금이 중국 본토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후강퉁 시행으로 중국 증시가 활성화되고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악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중국 증시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윤항진 연구원은 “후강퉁으로 중국 자본시장이 개방되면 중국 본토 A지수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이머징마켓(MSCI EM)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며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로 이동하지 않는 이상 현재 15.9%인 지수 내 비중은 0.2%포인트 줄어들고, MSCI 전세계지수 편입 효과 등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의 비중 축소 폭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중국인 전용 주식으로 분류됐던 A주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펀드 등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낮추고 위안화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후강퉁 제도 ::

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에 대해 서로 직접매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허가를 받은 기관투자가만 상대방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매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별도 조건 없이 개인을 포함한 거의 모든 투자자에게 허용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중국 증시#후강퉁#상하이증시#홍콩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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