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뷰]테슬라 기가팩토리가 성공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2020년까지 전기車 50만대 생산”… 야심찬 리튬이온전지 공장 추진
한번 충전하면 426km 주행 가능… 솔라시티에도 공급해 시너지 창출
위험 무릅쓴 도전-의지-용기로… 아이폰 같은 혁명 일으킬 가능성

김영환
지난 주말 미국 뉴저지 주 한 쇼핑몰의 테슬라 매장에 방문해 전기자동차 ‘모델S’를 직접 시승해봤다. 우아한 곡선미가 모델S라는 이름과 잘 어울렸다. 아이패드 두 개를 겹쳐 놓은 듯한 계기판은 차량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정보기술(IT) 기계 같다는 느낌을 줬다. 벤츠 E클래스나 BMW5 시리즈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충분히 고민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S를 비슷한 크기의 벤츠 E클래스와 비교하면 가격은 모델S가 3만 달러 정도 비싸지만 유지비와 차량정비 비용, 유류비 등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비용에서 모델S가 우세하다. 낮은 무게중심으로 주행 시 안정감이 좋고, 무거운 엔진이 없어 앞뒤 무게가 균형을 이뤄 후륜구동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눈길 주행 성능도 탁월하다. 한 번 충전해 426km를 달릴 수 있고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소는 미국 전역에 걸쳐 테슬라 차량의 휴게소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기준 1560만 대가 팔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겨우 2만 대밖에 팔지 못한 이 차가 시장에서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미래 꿈의 자동차인 전기차인 데다 위대한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엔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기차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834년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로 전기차를 개발했다. 1885년 벤츠가 휘발유차를 만든 것보다 오히려 앞섰다. 1900년대 초반에는 미국에서도 전기차가 훨씬 유망해 보였다. 하지만 헨리 포드와 존 록펠러의 거대 자본은 전기차를 환경오염과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진 100년 후 프로젝트로 봉인했다. IT 중 가장 진화가 느린 재충전 배터리 기술도 전기차 발전의 가장 큰 장애 요소였다.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과 민간 우주로켓 발사기업 스페이스엑스를 잇달아 성공시킨 머스크는 2003년 테슬라를 창업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범용 배터리를 채택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고, 미국 전역에 고속연료 충전소를 설치해 무료로 충전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일 메이저들과 한국 정유사들에도 전기차는 더이상 장난이 아닌 무시무시한 현실이 됐다. 아이폰이 출시된 후 3년 만에 삼성 갤럭시를 비롯해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했듯, 모델S는 전기차 시장의 아이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의 진정한 꿈이 이뤄지려면 기존 차의 엔진과 같은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 테슬라는 2020년까지 전기차 5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미국 남서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전지 공장 ‘기가팩토리’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테슬라의 차량에 탑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사 자동차에도 공급하고 머스크의 또 다른 꿈인 솔라시티에도 공급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고작 2만 대가량을 판 테슬라가 50만 대를 팔겠다는 것이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2013년 글로벌 자동차 전체 판매량 8500만 대의 0.6%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잠재력은 충분하다. 기가팩토리가 성공적으로 가동된다면 보다 진지하게 이 시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수한 주행 안정감, 경쟁 전기차 대비 월등한 주행거리에 충전소 네트워크만 확보된다면 모델S가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연간 유지비를 포함한 비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아이패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감성마저 자극한다면, 에너지 오염을 줄여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사명감 없이도 모델S는 기존 가솔린차의 훌륭한 대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머스크가 페이팔, 스페이스엑스, 테슬라 그리고 솔라시티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파괴적 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디자인, 테크놀로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고리를 찾아내 위험을 무릅쓰고 헤쳐 나가는 능력과 의지,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머스크가 운전하는 전기차에 타 본 뒤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파나소닉도 리튬이온전지 공급 조건으로 3000만 달러를 테슬라에 투자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손인 한국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큰 흐름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라틴아메리카부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리서치 대표
#테슬라#기가팩토리#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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