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정부에 628건 개선 건의
“유심 칩, 삽입은 되지만 부착은 안돼”… “공장 기숙사에선 공동취사장만 이용”
“유심(USIM) 칩을 반드시 기기 속에 ‘삽입’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소형 웨어러블 기기 개발이 어렵다.”(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 A사)
“공장 기숙사에선 반드시 공동취사장을 이용하도록 한 규제 때문에 젊은 직원 채용이 어렵다. 사생활 없는 직장생활을 누가 좋아하겠나. 독립된 주거 및 취사가 가능한 기숙사를 허용해 달라.”(산업단지 입주업체 B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 관련 규제개선 과제 628건을 발굴해 관련 부처에 완화 및 폐지를 건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전경련은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회원사를 대상으로 풀어야 할 규제 1300여 건을 취합한 뒤 심사를 거쳐 완화나 폐지가 시급한 규제를 최종 건의안에 포함시켰다.
건의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합리적 근거를 찾기 힘든 여러 규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다.
A사는 유심 칩을 카드 형태로 끼우기만 할 수 있게 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때문에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디자인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삽입 외에 부착도 허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옥외광고물을 원천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천 현수막을 쓸 수밖에 없어 철 지난 불법 현수막이 난립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한 원격 의료진료 분야에서도 현재 의료법이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락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U-헬스케어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효율을 위한 규제가 비효율을 낳는 상황도 있었다. 현재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기업들은 여름철이나 겨울철 냉난방 온도를 제한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첨단 냉난방시설을 갖춘 빌딩의 경우 겨울철에 별도 난방을 하지 않아도 난방 온도가 규정 이상으로 올라가 정부 규정을 준수하려면 오히려 겨울철에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텔업계에서는 “유흥시설이 없는 고급 호텔의 경우에도 학교 주변에는 호텔을 세울 수 없게 한 규제 때문에 건축이 불가능하다”며 “중국 관광객 객실 부족 현상 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규정을 재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고용이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기업별로 수십 건에서 100건이 넘는 과제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며 “대통령이 나서 규제개혁을 외친 만큼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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