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이주열 “물가 압력 크지않아”… 8월 금리 내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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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기준금리 2.5% 또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번에도 “동결한다”고 했다. 하지만 “곧 내리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이 총재가 공식적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시장은 그의 발언을 토대로 ‘인하 방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은이 조만간 금리를 내린다면 이는 경기 활성화를 꾀하는 ‘최경환 경제팀’에 힘을 확실히 실어주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재정·거시경제 정책은 한은의 통화정책과 합쳐질 때 경기 부양 효과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이런 한은의 화답(和答)에 맞춰 다양한 내수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 경제팀의 첫 ‘경기부양 패키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한은과 정부, 정책효과 최대화해야”

한은이 내심 금리 인하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이날 이 총재의 발언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는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물가의 상승 압력은 종전 예상에 비해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씩 내렸다. 성장률과 물가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국내 경제는 상방(上方)보다 하방리스크가 더 크다”, “국내총생산(GDP)갭이 줄어드는 속도도 완만할 것”이라며 경기를 바라보는 인식이 나빠졌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GDP갭은 실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 간의 차이로, 이 갭이 크면 경기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정부와의 정책 공조 의지도 한층 더 선명해졌다. 그는 “(한은과 정부가) 경제를 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두 기관이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효과가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체적인 맥락으로 판단해 달라”며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기준금리의 방향이 인상 쪽”이라는 올 4월의 발언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뉘앙스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 정도면 99% 인하 신호라고 보면 된다”며 “당장 8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향후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한다면 상당 기간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은의 금리 결정과는 별개로 채권시장도 이미 약 한 달 전부터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움직여 왔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6월 중순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2일 2.58%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새 경제팀의 강력한 경기활성화 의지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한 채권 전문가는 “한은이 정부 압력에 굴복해 금리정책의 방향을 너무 빨리 바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 정부, 정책수단 총동원해 경기부양


기재부는 곧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재정 세제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한 다양한 내수 부양책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한은과 정부가 동시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춤으로써 경기부양의 명분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카드로는 이차(利差)보전 방식을 통한 재정 지출 확대가 있다. 이는 저소득층이나 중소·중견기업이 은행 등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시중금리와의 차이만큼을 은행 등에 지급하는 지원 방식이다.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적은 돈으로도 큰 재정 확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10일 국회에 제출한 추가 답변서에서 “가계 소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 확대, 상가 권리금 보호 강화 등의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활용해 임금 인상이나 배당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 중후반으로 낮추더라도 추경편성을 위한 법적 요건인 ‘경기침체’로 보기에는 어려운 만큼 섣불리 추경 편성에 나섰다가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주열#한국은행#금리 인하#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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