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제작비-F16도 국민소득에 포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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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인당 GNI 사상최대

국민소득 사상 최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명목)이 2만6000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민소득 통계기준이 바뀌면서 한류(韓流) 드라마, 전투기 등 무기류 생산이 소득통계에 포함되면서 실제 경제성장과 상관없이 국민소득이 늘어난 효과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올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1인당 GNI를 2만5106달러로 추산한 점을 감안하면 통계 개편으로 국민소득이 1000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 영향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도 앞당겨져 이르면 2015년의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투자와 소비가 부진해 가구와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 회복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3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6205달러(약 2870만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보다 6.1% 늘어난 것이지만 환율하락(원화가치는 상승) 효과를 뺀 원화 기준 1인당 GNI 증가율은 3.1%였다.

1인당 GNI가 늘어난 것은 올해부터 국민소득 산정의 새로운 기준인 2008년판 국민계정체계(SNA)가 도입된 데 따른 것이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2008년에 기존 체계를 대체하는 새 SNA를 내놓고 세계 각국에 이를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민계정체계 개편으로 그동안 중간비용으로 처리해 국민소득으로 잡히지 않았던 영화 음악 등 문화콘텐츠 제작비와 판권 등 지식재산권, 기업의 연구개발(R&D)비, 전투기나 군함 등 무기류 등이 소득에 포함됐다. 최근 ‘천송이 드라마’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제작비, F-16 전투기 등이 모두 국민소득으로 잡히는 것이다. 또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가공·중개무역품도 국내 기업이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 모두 우리나라 소득으로 들어온다.

통계 개편으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0%로 집계돼 당초 추산됐던 2.8%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 年8% 명목 성장땐 내년 3만달러 진입 ▼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계기준 개편에 따른 국민소득 증가 효과는 5.1%”라며 “한국이 GDP 대비 R&D 지출 비중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아 앞서 새 기준을 적용한 미국(3.5%) 호주(1.5%) 등보다 소득 증가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명목 경제성장률이 8% 안팎을 유지하면 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1572달러로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통계 개편으로 정부 목표대로 8% 수준의 명목 성장을 이어가면 올해 1인당 GNI는 2만8301달러, 내년 3만566달러에 이르게 된다. 국민소득 증가에도 국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실제 소득은 적은 데다 기업들의 투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경기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가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소득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지난해 1609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어나 기업 소득을 포함하는 1인당 GNI 증가율(6.1%)을 밑돌았다.

특히 GNI에서 PGDI가 차지하는 비중, 즉 국민소득에서 개인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6.1%로 소득세율이 높아 개인 가처분소득이 적은 북유럽을 제외하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또 경기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1.5%로 뒷걸음질치면서 국내총투자율이 하락하는 등 투자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해외투자는 급증해 지난해 국외 투자액은 80조5437억 원으로 2012년(46조4787억 원)에 비해 73.3% 늘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원주 기자
#별그대#GNI#국민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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