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반 불 꺼진 동물원에서는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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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사육사 사관학교’… 에버랜드 ‘EZEC’ 교육 현장

6일 경기 용인시 삼성에버랜드 대강의장에서 열린 ‘EZEC 학술대회’에서 허을호 사육사가 수컷 바버리양들이 발정기에 벌이는 기 싸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6일 경기 용인시 삼성에버랜드 대강의장에서 열린 ‘EZEC 학술대회’에서 허을호 사육사가 수컷 바버리양들이 발정기에 벌이는 기 싸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삼성에버랜드 동물원은 지난해 디즈니와 유니버설 계열 동물원을 빼고는 세계 최초로 누적 방문고객 2억 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동물원들과 비교했을 때 여건과 규모에서 뒤지는 이 동물원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에버랜드는 ‘교육’에서 그 답을 찾는다.

5일 오후 7시 반, 관람객이 모두 퇴장한 에버랜드 동물원. 유니폼을 벗은 사육사와 수의사들이 하나둘씩 강당으로 모였다. 이날은 에버랜드의 가장 큰 사내(社內) 행사 중 하나인 ‘EZEC(Everland Zookeeper Educational Course)’ 졸업 학술대회가 있는 날.

EZEC는 에버랜드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사육사 사관학교’다. 2개월 과정이며 신입 사육사부터 수의사, 스태프 조직, 아르바이트생까지 에버랜드에서 일하려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다. 교육과정은 동물질병학과 비교생리학 등 이론 소양부터 사료와 번식에 대한 실무 전문 교육, 동물 관련 법률, 사육사의 역할이나 가치관 교육까지 총망라한다.

강사는 20년 이상 동물원에서 일한 간부급 ‘프로 사육사’ 10명. 이들은 직접 만든 교안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한다. 일주일에 하루씩 동물원의 불이 모두 꺼진 오후 7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선후배가 함께 주경야독을 한다.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과정은 아니다. 꼬박꼬박 출석해야 하고, 중간고사에 이어 마지막 학술대회 심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학술대회 심사는 대학으로 치면 일종의 논문 발표대회 격이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국내에 사육사를 위한 전문 교육과정이 없다 보니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의 인적 구성도 고졸 아르바이트생부터 삼성 공채 합격자, 석사과정 학생 등 다양하게 채워져 있다”며 “이들의 전문 역량을 키워야 세계 1위 동물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판단해 실시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교육과정을 마친 18명이 각자 맡고 있는 동물과 관련해 연구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 간부 사육사 등 선후배 80여 명도 참석했다. 발표를 직접 듣고 실현할 만한 아이디어는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다.

오종진 사육사는 어깨 근육 강직을 앓고 있는 물개 ‘케빈’의 재활운동을 분석해 소개했다. 오 사육사는 “4월 케빈의 어깨가 뭉치는 현상이 발생한 직후부터 수의사와 함께 수영 훈련과 스트레칭, 보행운동을 반복했다”며 “수영을 할 때 가급적 앞다리를 많이 사용해 자연스레 어깨 근육이 풀리도록 사육사가 이동 방향을 빠르게 자주 바꿔준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몽키밸리’에서 근무하는 정은비 사육사는 오랑우탄의 ‘행동풍부화’ 훈련과정에 대한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랑우탄들이 종을 치고 장난을 치는 모습들은 하나하나가 수개월씩 사육사와 공감대 형성 훈련을 거쳐 이뤄지고 있었다. 정 사육사는 “오랑우탄이 실제 자연에서 하는 행동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며 “여름엔 더워서 움직이길 싫어하니 그늘막을 새로 설치해주면 활동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배창훈 사육사는 체중 미달인 흰 오릭스(영양의 일종인 초식동물)의 살찌우기 훈련을 공유했고, 이복록 사육사는 캥거루 사육공간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점을 지적하고 캥거루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요구했다.

용인=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사육사 사관학교#에버랜드#EZ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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