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김모 씨(56)는 최근 한 홈쇼핑 채널이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3∼4개월 치에 20만 원으로 덥석 살 만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새해를 맞아 몸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동안 몸에 좋고 비싼 것은 남편, 자녀들을 위해서만 샀었다”며 “하지만 이젠 스스로를 위해 이 정도 투자는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
최근 건강식품업계에선 이처럼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골드퀸’(경제력과 구매력을 갖춘 40, 50대 여성)이 중요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패션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이들이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건강기능식품업계에세도 소비의 ‘큰손’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 ‘큰 손’으로 떠오른 ‘골드퀸’
한국건강기능식품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2년 기준으로 2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40%가량을 40, 50대 중년 여성이 차지했다.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2011년 676억 원에 달하던 갱년기 여성 건강기능식품의 시장 규모가 2012년 1600억 원, 지난해에는 2000억 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각 업체들이 선보인 중년 여성 대상 제품들은 실적이 두드러진다. KGC인삼공사가 지난해 내놓은 갱년기 여성용 복합건강기능식품 ‘화애락퀸’은 출시 8개월 만에 10만 개(약 150억 원어치) 넘게 팔리며 신제품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 한국야쿠르트가 처음으로 갱년기 여성을 타깃으로 해 개발한 ‘브이푸드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약 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통적으로 건강식품의 주요 타깃은 신체활동 기능의 저하가 본격화되는 40, 50대 중년층이지만 주요 소비자는 남성이었다. 여성 소비자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따로 비용을 들여 공략할 만큼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던 중년 여성 시장은 다운에이징(down-aging·실제보다 어려 보이는 것) 트렌드의 확산, 여성들의 사회활동 증가 등과 맞물리며 급격하게 부상하기 시작했다. 홈쇼핑과, 온라인몰 등 중년 여성을 공략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이 늘어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 분주해진 건강식품업계
관련 업체들은 골드퀸 시장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골드퀸 시장은 특히 남성 대상의 전통적인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열린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BM(브랜드매니저) 조직에 여성 실무자를 대폭 보강했다. 현재 실무자 13명 중 8명이 여성이다. “장단기적 측면에서 건강식품 부문에서 여성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 여성 인원을 보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햇다. 대상웰라이프는 중앙연구소에 여성용 제품 개발을 전담하는 연구원과 마케터를 최근 따로 배치했으며 향후 인력을 추가 보강할 예정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중년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광고 모델로 김성령 심혜진 강수진 등 중년 여성배우를 쓰는 사례가 많아졌다. ‘남자에게 참 좋은데∼’란 광고 문구로 화제를 모은 천호식품은 최근 갱년기 여성을 위한 ‘황후백수오’를 출시하고 ‘마누라 마누라∼ 열내지마’란 CM송과 광고로 어필에 나섰다. 풀무원건강생활처럼 갱년기 여성들을 잡기 위해 새 제품이 나오면 뮤지컬 등 문화행사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하는 업체도 있다. 신기정 풀무원건강생활 건강기능식품 팀장은 “과거엔 여성 관련 제품이 새로 나와도 별다른 프로모션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마케팅 방식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동충하초, 산삼배양근 등 남성 소비자들을 겨냥했던 제품의 프로모션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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