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9월로 앞당겨질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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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고용동향 ‘버냉키 기준’ 웃돌자, 美경제전문가들 “출구전략 빨라질것”
엔-달러 환율 이달 들어 다시 100엔대, 단순 반등 아닌 엔저 재연 쪽에 무게
한국경제 하반기 ‘수출 쇼크’ 우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9월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엔화 약세 현상까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양적완화 축소 시기 빨라질 것”

미국의 6월 고용동향이 기대치를 웃돌았다. 미국 노동부가 5일(현지 시간) 발표한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19만5000명으로 시장의 기대치(16만5000명)를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취업자 수도 20만2000명으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고용시장 개선 기준으로 보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경제가 차츰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자 경제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나오는 고용지표 등을 볼 때 양적완화 축소는 12월보다 9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6월 고용지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며 “9월에 열리는 연준 회의에서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9월로 예측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6월 고용동향이 호조를 보였지만 매우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며 미국 경제가 양적완화 축소를 견딜 정도로 회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였다.

○ 다시 나타나는 엔화 약세

이달 들어 달러당 엔화가 100엔 선을 돌파하며 엔화 약세가 재연되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올해 5월 100엔을 돌파했고, 5월 22일 103.49엔까지 올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이 거론되며 지난달 15일 94.07엔까지 떨어졌지만 한 달도 안 돼 100엔대로 귀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기존 엔화 약세 흐름이 복귀한 것으로 해석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국제적인 불안이나 일본 국채시장에 대한 염려로 엔화 약세가 단기간 주춤할 수는 있지만 엔화는 추세적으로 약세 기조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한국 수출업체들의 타격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엔저 수출 영향 하반기 확대’란 보고서에서 “하반기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한국 수출에 엔저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기업들이 2분기(4∼6월)부터 본격적으로 달러 표시 수출 단가를 낮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가 인하와 수출 실적의 시차가 5∼7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로 인해 경제성장 흐름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반드시 하반기 한국 경제에 악재만은 아니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효과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서대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에다 엔화 약세, 중동 문제로 인한 유가 상승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나라 금융 시장은 한동안 변동성이 큰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홍수영·이원주 기자 gaea@donga.com
#수출쇼크#버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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