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해외 진출 1호’ 기록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그런 역사를 발판 삼아 단순 설계 및 시공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재원이 부족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할 때 지분 투자 및 시설 운영 관리까지 맡는 종합 건설사로 한 단계 도약하고 있는 것.
한국 해외건설의 효시
대림산업의 ‘해외 1호’ 기록은 1966년 시작된다. 대림산업은 그해 1월 28일 미 해군시설처(OICC)가 발주한 베트남 라치기아 항만 공사를 87만7000달러에 수주하고 2월 초 공사 착수금 4만5000달러를 한국은행으로 송금했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외화 획득 1호’ 기록이 그때 세워졌다.
1970, 80년대 한국 건설의 도약을 이뤘던 중동 진출도 대림산업이 앞장섰다. 197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점을 설치하고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를 16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는 동아건설(1974년)과 현대건설(1975년)보다 빠른 국내 첫 중동 진출이자 첫 해외 플랜트 수출 사례다. 1975년 9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유공장 건설 공사를 수주하며 아프리카 진출 1호 기록도 세웠다.
대림산업은 올해 국내 건설시장이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초 해외영업실을 신설해 기존 토목, 건축, 플랜트 사업본부에 분산되었던 해외 영업 인력을 한 곳에 통합했다. 플랜트 사업에 비해 수주가 미미했던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도 해외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발전플랜트’ 주력
대림산업은 올해 주력 사업인 정유, 가스 플랜트뿐 아니라 해외 발전플랜트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의 신흥시장에서 급격히 팽창하는 전력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발주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부산복합화력발전소, 영광원자력발전소 5·6호기, 사우디아라비아 가즐란 화력발전소 등 국내외 기념비적인 발전소를 준공한 바 있다.
특히 2011년 10월에는 독자 설계안을 발주처인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에 제시해 12억 달러 규모의 쇼아이바2 복합화력발전소를 단독 수주해 발전플랜트 역량을 입증했다.
지난해 7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타이 빈 2단계 석탄화력발전소와 2억 달러 규모의 필리핀 석탄화력발전소를 잇달아 수주하는 등 해외 발전플랜트 시장에서만 12억 달러 이상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풍부한 경험과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전플랜트의 강자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민자발전 집중 육성
대림산업 내부에서는 최근 ‘디벨로퍼(developer)’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설계 시공 기자재 조달 등을 맡는 기존 건설사의 역할을 벗어나, 사업 지분 투자와 시설 운영 관리까지 맡는 건설 사업자를 의미한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은 이에 대해 “기존 건설 분야의 확실한 우위를 바탕으로 건설 후 유지 관리까지 포괄하는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대림산업은 이 같은 모델로 민자발전 분야를 꼽고 앞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민간업체가 투자자로 참여해 발전소를 소유, 운영하며 투자비를 회수하는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12월 포천복합화력발전소에 민자발전 형태로 참여했다. 대림산업 측은 “국내에서 발전소 운영 및 전력 공급 등 관련 노하우를 쌓아 해외 건설 수주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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