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안놓치려는 상인의 절절함, 은행도 고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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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준 하나은행장, 2013년 네번째 ‘전통시장 즉석 상담’

“은행에 가고 싶어도 혹시나 손님이 올까 봐 조마조마해서 못 갔어요. 이런 게 생기니 참 좋네요.”(신영시장 딸부자쌀집 주인 유왕수 씨)

“언제든지 불러주시면 저희가 갈 겁니다. 상담을 받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지점장께 전화하세요.”(김종준 하나은행장)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영시장에 ‘이동식 하나은행’ 점포가 마련됐다. 이날 이 점포의 상담 직원은 김종준 하나은행장. 김 행장은 점포를 찾은 상인에게 직접 통장을 발급해준 뒤 자신의 명함과 하나은행 신월동 지점장의 명함을 함께 건넸다.

김 행장의 전통시장 방문은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2월 서울 광장시장, 3월 대전 역전시장, 4월엔 서울 중앙시장을 찾았다. 3월부터 시작된 ‘이동식 하나은행’은 “은행에 가서 상담을 받고 싶어도 갈 시간이 없다”는 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들은 김 행장이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해서 도입된 것. 이동식 하나은행에서는 통장 및 카드 발급, 재무 상담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동식 업무시설은 10대를 운영 중이며 지금까지 200회 정도 ‘출동’했다. 앞으로 30대로 늘릴 예정이다.

김 행장은 “한 명의 고객도 안 놓치려는 상인들의 절절함을 은행원들이 이해해야 한다”며 “성공적인 서민금융을 위해서는 지역금융이나 관계금융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하나은행은 전국 37개 전통시장과 인근 지점을 일대일로 연결해 시장 상인들을 위한 특화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시장과 연결된 지점에서는 지점장이 상인에 대한 신용도를 판단해 금리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김 행장은 “상담을 통해 보다 싼 대출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은행 갈 시간이 없어 비싼 ‘일수’를 쓰는 상인분들이 적지 않은 점이 늘 안타까웠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이분들에게 도움을 주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에서 매달 한 번씩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행장은 즉석 대출 상담에도 나섰다. 건강원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김 행장에게 “온라인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데 돈을 빌리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김 행장은 “연 5%대에 대출받으실 상품이 있는데 우리 지점장이 잘 알고 있으니 한번 들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서민을 위한 지원 사업을 정부에서 모두 다 할 수는 없다”며 “은행 등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올해 서민금융과 함께 스마트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고려대에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을 냈다. 스마트 브랜치는 은행 창구 직원이 없는 대신 고객이 혼자서도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각종 스마트 기기를 설치한 지점이다.

김 행장은 “스마트 브랜치는 은행의 채널 다변화 전략에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금은 한 곳인 스마트 브랜치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하나은행#김종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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