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봉사활동, 이젠 백화점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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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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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젊은고객들 봉사자 모집에 신청 쇄도

봉사활동을 하러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백화점들은 평소 다양한 홍보 채널을 확보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쌓은 것을 성공 비결로 봤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백화점 파랑새 봉사단의 활동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봉사활동을 하러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백화점들은 평소 다양한 홍보 채널을 확보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쌓은 것을 성공 비결로 봤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백화점 파랑새 봉사단의 활동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50)는 얼마 전 오랜 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외에서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했던 김 씨는 한국에서도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봉사단체를 찾기가 어려웠다. 아는 사람도 적어 어디서부터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1월 중순경 백화점에서 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고 바로 신청서를 냈다. 김 씨는 “봉사활동을 혼자 하기 부담스럽고 용기도 나지 않아 거의 포기했었다”며 “함께 봉사를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백화점을 봉사활동의 창구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률이 두 배 이상으로 치솟는가 하면 신청이 조기에 마감되기도 한다.

○ 경쟁률 6.8 대 1

현대백화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파트 직원들은 올해 2기를 맞이한 파랑새 봉사단원을 모집하다 깜짝 놀랐다. 지난해 활동했던 1기 봉사단 614명 중 절반이 넘는 380명이 “봉사활동 할 때 만났던 어린이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며 활동을 연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1년 활동을 원칙으로 했던 백화점 측은 방침을 수정했다. 1기 봉사단 가운데 원하는 사람은 2기에도 활동할 수 있게 하고, 250명만 신규 신청자로 채우기로 했다.

얼마 뒤 직원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지원자 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지원자는 17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200여 명 늘었다. 올해 경쟁률은 6.8 대 1로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성 현대백화점 차장은 “지난해에도 예상보다 많은 15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봉사단 정원을 340명에서 614명으로 늘렸는데 올해는 반응이 더 뜨거워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0일부터 신청을 받은 ‘독거노인 의료 봉사활동’ 고객 봉사단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백화점은 이달 21일까지 13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10일 만에 213명이 몰리며 모집 정원을 넘겼다. 백화점 측은 당초 규모의 2배인 260명만 신청을 받은 뒤 접수를 조기에 마감키로 했다. 백화점 내부에서는 봉사활동 규모를 키워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2007년부터 가족 단위 환경보호활동인 ‘신세계 그린패밀리’를 운영 중이다. 매년 200가구를 선착순으로 접수하는데 접수를 시작하면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백화점 측은 몰리는 지원자를 고려해 올해 활동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 백화점도 고객 대면 늘어 ‘만족’

백화점들은 봉사활동에 고객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접근성’을 꼽는다. 현대백화점은 봉사단 홍보를 위해 가능한 채널을 모두 동원했다. 백화점 주차장과 엘리베이터에 포스터를 붙이고 봉사활동 내용을 담은 직접우편(DM)을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페이스북과 인터넷에서도 수시로 홍보활동을 펼쳤다.

대학생 이지연 씨(21·여)는 어머니와 함께 롯데백화점을 찾았다가 모녀가 함께 고객 봉사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씨는 “다른 봉사활동 단체는 1년 이상의 긴 스케줄을 제시하는 곳이 많아 부담스러웠다”며 “백화점은 단기 프로그램이어서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인 권윤희 씨(54)도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자주 이용하는 백화점에서 주관해 친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백화점들은 사회 공헌과 더불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늘기 때문에 1석 2조라는 반응이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지난달 30일 봉사단 발대식에 직접 참석해 감사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직원들만으로 구성됐던 봉사단에 고객이 참여하면서 직원과 고객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 향후 백화점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백화점#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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