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벤처계에도 ‘박세리 키즈’ 많이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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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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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女벤처협회장 내일 취임 “성장 단계별 지원센터 만들 필요”

이은정 차기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 “여성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면 성공한 여성 창업자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은정 차기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 “여성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면 성공한 여성 창업자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여성 벤처계에서도 ‘박세리 키즈’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30일 제8대 한국여성벤처협회장에 취임하는 이은정 한국맥널티 사장(49)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중진공 대학생 기자단 1기로 활동한 여대생 2명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을 17곳이나 취재했지만 여성 기업인은 한 명도 없었다”는 홍진옥 씨(연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의 지적에 이 사장은 박세리 키즈를 예로 들며 여성 기업인 롤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쳐내 우승한 뒤 박세리 키즈가 생겨났죠. 벤처업계에서도 성공한 여성 창업자가 많이 알려져 ‘벤처 키즈’가 많이 자라나야 합니다.”

이 사장은 1993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49.5m²짜리 커피전문점을 열었다가 2년 만에 접고 1997년 한국맥널티를 창업해 현재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원두커피를 납품하고 있다. 2006년에는 맥널티의 사업 영역을 제약업으로 넓혔다. 작년 매출은 150억 원 수준이다.

그는 “통상 ‘벤처’라고 하면 정보기술(IT) 업종을 떠올리지만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창조 업종이라면 어느 것이든 벤처”라고 강조했다. 맥널티가 커피를 쉽게 마실 수 있도록 티백형 원두커피와 종이컵에 커피를 바로 내릴 수 있는 드립커피를 개발한 것도 벤처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7%가 여성 기업인데 이들의 연평균 매출은 1억8000만 원, 고용은 1.4명에 그칩니다. 대부분 영세한 음식·숙박업이기 때문이죠. 반면 중소기업청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여성 벤처 2100개는 연평균 매출이 30억 원이고 14.4명을 고용하고 있어요. 여성 벤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지혜 씨(경희대 프랑스어학과 4학년)가 여성 기업인으로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이 사장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여사장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지만 여성 경영인은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어 웬만한 어려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남성들은 서로 ‘형님, 동생’ 하며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가 있지만 여성에겐 부족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 기업이 성장 단계별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촉진지원센터가 있었으면 해요. 여성 기업이 초기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모판’을 심는 것처럼 정부 벤처자금 중 일부를 여성 전용으로 할당해줄 순 없을까요?”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이은정#여성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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