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박병엽의 과감한 승부수 ‘제2 팬택신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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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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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인고의 시간서 부활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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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침체 장기화와 경쟁 격화, 기술 변화 등으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가 곧바로 수직 낙하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0호(1월 1일자)는 실적 저하의 수렁에 빠졌다가 치열한 고민과 노력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모아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했습니다. DBR에 실린 기업 회생 사례 가운데 5년간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부활에 성공한 팬택의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
‘한국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리던 팬택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06년이다. 모토로라에서 선보인 레이저폰이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던 팬택에 큰 타격을 줬다. 설상가상으로 휴대전화 시장을 어둡게 내다본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국내 자금줄이 끊겼다. 연 매출만 2조 원에 이르던 팬택은 결국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팬택은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해 국내외 시장점유율 및 소비자 신뢰를 회복했다. 워크아웃 중에도 기술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앞서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확보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십과 전 직원의 단합으로 워크아웃 기간 내내 흑자 유지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12월 31일,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기사회생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 철저한 원인 분석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 후 팬택은 위기에 빠진 원인부터 분석했다. 무엇보다 비대한 마케팅 비용이 눈에 들어왔다. 팬택은 1997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후 모토로라, 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의 물량을 수주, 생산하며 규모를 키웠다. 자가 브랜드 사업에 나선 것은 2004년부터다. 이후 모토로라, 노키아 외에 삼성전자, 소니에릭손, LG전자 등 굵직한 업체들과 전면전을 벌이면서 해마다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마케팅에 쏟아 부었다.

세계 각지로 전선을 넓힌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팬택은 사업 초반부터 해외 시장을 중시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 잇달아 진출했다. 하지만 국가별 또는 시장별로 차별화한 전략이나 모델 없이 무조건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 선택과 집중 그리고 차별화

팬택은 우선 목표 시장을 새롭게 규정했다. 휴대전화 시장은 크게 오픈마켓과 사업자마켓으로 구분된다. 오픈마켓은 통신사와 무관하게 제조업체들이 각자 기기를 들고 들어가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기업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기술력 등이 중요하다. 사업자마켓은 통신사를 매개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시장이다. 통신사와의 제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통신사와 얼마나 효율적으로 손을 잡느냐가 마케팅의 핵심이다. 팬택은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 한계가 있고 삼성이나 노키아 등 거대 기업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오픈마켓을 줄이고 사업자마켓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50여 개국에 이르던 진출 국가 수도 절반으로 줄였고 수출 모델 수는 30여 개에서 15개 정도로 손질했다. 전 세계 사업자마켓도 국내와 미국, 일본, 중남미로 단순화했다.

국가별 전략도 새로 짰다. 국내에서는 스카이(SKY)를 핵심 브랜드로 삼았다. 일부 마니아층만 사용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돌핀폰과 레인폰 등 대중성 높은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북미와 일본에서는 해외사업자와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북미에서는 AT&T, 버라이존과 협력을 강화해 제품 출시 전부터 포트폴리오를 함께 만들었다. 일본 시장에서는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일에 신경을 썼다. 품질관리 사항을 대폭 늘려 출시 전 20만 건 이상의 검사를 시행했다. 복잡함을 싫어하고 단순한 스타일과 기능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성향을 반영해 간단 모드를 채택한 제품을 개발했다.

○ 신속한 의사결정과 꾸준한 기술개발

워크아웃 개시 후 2년여가 지났을 때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일부 전문가만 사용하는 복잡한 기기라는 인식이 강해 대중화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많았다. 그런데 팬택은 아예 피처폰을 접고 스마트폰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사내 반발이 적지 않았다. 피처폰 시장 규모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당장 피처폰을 팔 수 없는 마케팅 부서의 우려가 컸다. 하지만 팬택은 스마트폰에 다걸기(올인)하겠다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자원이 한정된 워크아웃 기업에서 두 가지 제품을 모두 다루면 그만큼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얼리어답터적 기질이 강한 한국 사람의 특성상 예상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전략방향 전환에 힘을 보탰다. 결국 팬택은 피처폰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스마트폰만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 팬택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신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워크아웃 기간에도 매출의 10%를 기술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워크아웃 기간 5년 동안 기술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1조 원이 넘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0년 4월, 팬택은 국내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출시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스마트폰 ‘베가’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의 전략적 집중이 빠른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 강력한 리더십

조직원 및 협력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중요한 순간마다 과감하게 전략적 판단을 내린 박병엽 부회장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팬택의 창업주이자 워크아웃을 진두지휘한 박 부회장은 밤낮과 주말을 반납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솔선수범했다. 그는 팬택의 실질적 최고경영자이면서도 회사를 워크아웃에 빠지게 했다는 미안함과 조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회장’이 아닌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크아웃 성사 요건인 채권단 100% 동의를 받기 위해 3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닌 점이나 스마트폰으로의 전환 등 소신 있게 전략적 판단을 내린 점, 직원과 협력사에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목표의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한 점 등이 그의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직원들의 단합과 추진력을 이끌어냈고 회생을 위해 힘을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0호(2013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고객의 인식까지 값을 매겨라”

▼ 가격 책정 전략


제품의 가격은 기업의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정하는 기업이 많다.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기업의 가격책정 능력은 여러 단계로 구분이 가능하다. 가장 가격책정을 못하는 기업은 물건이 안 팔리면 가격을 낮추고 잘 팔리면 가격을 올리는 행태를 반복한다. 이는 수동적인 대처방법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책정 능력을 갖춘 기업은 ‘고객의 가치’까지 추구한다. 초우량 기업은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가격 탄력성을 분석하고 최적의 가격을 설정한다. 또 이런 방법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같은 가격이라도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의 가격을 책정한 기업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른바 인지가치 접근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랭킹경쟁서 승자가 되려면

▼ Theory & Practice


오디션 열풍이 거세다.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랭킹도 발표되고 있다. 이런 순위 책정은 승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후발 주자들에게는 불리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랭킹 경쟁이 역전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소수나 약자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991년 설립된 홍콩과학기술대는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과 겨루기에는 힘이 약했다. 그러나 랭킹의 중요성을 전략적으로 파악했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해외 유수의 대학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학위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각종 경영대학원 집계에서 홍콩과학기술대의 순위는 크게 올랐다. 랭킹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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