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날카로운 눈매·우렁찬 배기음… 강하고 빠른 바람이 분다 ‘시로코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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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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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그놈 참 성깔 있게 생겼네.’

폴크스바겐 ‘시로코R’를 처음 마주했을 때 든 느낌이다. 얼핏 보면 같은 브랜드의 ‘골프 GTI’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날카로운 눈매와 범퍼 하단의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현대자동차의 ‘엑센트’보다 길이가 10cm가량 짧지만 휠은 대형차에나 어울리는 19인치가 들어갔다.

실내로 들어가면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몸을 지탱해주는 버킷시트와 직경이 작은 운전대가 반긴다. 시동을 걸면 튜닝용 스포츠 소음기를 넣은 것처럼 우렁찬 배기음이 들린다. 시로코R는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 가운데 유일하게 4000만 원대에 시속 250km를 낼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폴크스바겐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고성능을 이뤄낸 셈이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으면 거침없이 속도가 높아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5.8초다. 가볍고 출력이 높은 전륜구동 모델은 급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바퀴가 헛돌면서 출발이 잘 안 되거나가 커브길에서 제대로 가속을 하지 못하지만 시로코R에는 그런 현상이 적었다. 과격한 출발이나 코너링에도 최상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자식 디퍼런셜 록 시스템이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고속주행에는 불리한 짧은 차체여서 속도를 높이면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킷에서 시속 240km까지 높여도 안정감을 크게 잃지 않았다. 다만 2.0L급이라는 낮은 배기량과 출력(265마력)의 한계 때문에 제원에 나와 있는 최고시속인 250km까지 가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상당히 강하게 만들어진 서스펜션으로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에 비해서는 핸들링 반응이 날카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커브길을 돌아나가는 능력은 역시 ‘R’의 배지를 붙일 자격이 있었다. 전륜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고 버텨주는 한계가 높았으며 급격한 동작에도 후륜 타이어가 갑자기 접지력을 잃어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지도 않았다. 포르셰가 전륜구동의 ‘베이비’ 모델을 만들었다면 시로코R가 아니었을까.

폴크스바겐의 널리 사용되는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스피드가 일반 모델보다 더욱 빨라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시로코R의 복합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11.2km인데, 실제 서울 시내 주행에서는 L당 8km 안팎, 고속도로 시속 100km 정속 주행에선 13km대가 나왔다. 경제성과 고성능,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20∼30대에게 어울리는 차로 보인다. 가격은 4820만 원.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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