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 TV 드라마에서 통화를 할 때 단골로 등장했던 지명이다. 동네 이름만 언급해도 통화하는 사람이 상당한 재력과 권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줬다.
고가의 단독주택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은 2012년 11월 현재도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富村)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부촌의 대명사는 “반포동입니다”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낡고 좁은 저층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으로 유명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 잇따른 대규모 재건축과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앞세워 전통적 아파트 부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도곡, 대치동 등을 제치고 서울 아파트가격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 반포, 5년 만에 집값 1위로
동아일보가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의뢰해 2007년 11월 말과 올해 11월 9일 현재 서울 244개 동의 3.3m²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3261만 원으로 서울 6위에 불과했던 반포동은 5년 만에 3514만 원으로 7.8% 올라 1위가 됐다. 닥터아파트가 아파트 시세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반포동이 아파트 가격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반면에 5년 전 아파트 가격 1위였던 개포동은 잇따른 재건축사업 지연과 부동산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4448만 원에서 3336만 원으로 25.0% 떨어져 4위로 내려앉았다. 5년 전 3, 4위였던 대치동과 도곡동은 각각 7, 5위로 떨어졌다. 압구정동은 5년 전과 같은 2위를 지켰지만 매매가격은 14.9% 하락했다.
반포동의 약진과 개포, 압구정, 대치동의 하락은 이들 지역의 대표 아파트 가격변화로도 알 수 있다. 반포동의 랜드마크인 래미안퍼스티지 113m²(공급면적)는 2009년 7월 입주 당시 11억3500만 원에서 현재 13억6500만 원으로 2억 원 이상 올랐다.
그러나 개포동 주공1단지 56m²는 5년 전 13억3000만 원에 이르렀지만 현재 8억6750만 원으로 5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 압구정동 구현대10차 115m²는 14억5000만 원에서 10억9000만 원으로, 대치동 미도2차 135m²는 17억5000만 원에서 12억 원으로 하락했다.
○ 반포의 약진 이유는
전문가들은 반포동의 급부상 원인을 대규모 재건축 성공, 편리한 생활 인프라, 높은 발전 가능성 등 3가지로 꼽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로 강남권의 신규 아파트 공급은 거의 사라졌지만 반포동에서는 드물게 반포자이(2008년 12월·3410채), 래미안퍼스티지(2009년 7월·2444채), 반포리체(2010년 10월·1119채) 등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가 잇따라 완공됐다. 여기에 이 아파트들이 수영장, 미니카약 놀이터, 게스트룸 등 각종 첨단 커뮤니티 시설까지 갖추자 30, 40대 위주의 젊은 부자들이 대거 입주했고 자연스레 부촌 이미지가 형성됐다.
또 전국 각지로 이동할 수 있는 강남고속터미널과 경부고속도로 반포나들목 옆에 있는 데다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 서부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편해졌다. 계성초 잠원초 반포중 신반포중 세화여중 세화고 세화여고 등 명문 학교가 들어서 학군도 우수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메리어트호텔, 서울성모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도 다채롭다.
향후 발전가능성도 높다. 신세계그룹은 10월 16일 1조250억 원을 들여 고속터미널 용지의 운영사인 센트럴시티의 최대주주가 됐다. 신세계는 이를 통해 고속터미널을 업무 상업 호텔 주거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기존 계획에 속도를 낼 뜻을 밝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 가장 높은 투자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반포주공1단지도 발전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반포주공1단지는 각각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보다 한강과 더 가까운 데다 대지지분이 전용면적보다 넓어 재건축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 용산도 반포와 서울 4세대 부촌 형성
이번 조사에서 용산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2007년 11월 3.3m²당 3309만 원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5위였던 용산동5가는 현재 3345만 원으로 서울 3위로 올라섰다. 용산동5가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용산파크타워가 있고 한강과 용산공원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배후 주거지인 한강로3가는 9위에서 8위로, 한강로1가는 21위에서 9위로 약진하는 등 용산 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의 부촌 계보가 1세대(성북·평창동)에서 2세대(압구정동), 3세대(도곡·대치동), 4세대(반포·용산·청담동) 등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교통, 교육, 편의시설이라는 3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곳이 흔치 않은 만큼 반포동의 강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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