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력 - 봉사활동만으로도 대기업 美법인 당당히 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아산나눔재단 해외인턴 김현석-박유라 씨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미국 법인의 신입사원 자리를 꿰찬 김현석 씨(왼쪽)와 박유라 씨(오른쪽). 김 씨와 박 씨가 
상반기(1∼6월) 현대중공업 미국 애틀랜타법인에서 근무할 당시 물류센터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유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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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미국 법인의 신입사원 자리를 꿰찬 김현석 씨(왼쪽)와 박유라 씨(오른쪽). 김 씨와 박 씨가 상반기(1∼6월) 현대중공업 미국 애틀랜타법인에서 근무할 당시 물류센터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유라 씨 제공
“현석 씨 졸업 후 미국에 와서 일하지 않을래요?”

5월 현대중공업 미국 애틀랜타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김현석 씨(26·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학부 4년)는 임종국 법인장의 제안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김 씨는 “졸업 전에 이런저런 스펙을 쌓다 보면 나중에 한국에서 취업할 때 좋은 기회가 생기겠지 하며 큰 기대 없이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대기업 해외지사 신입사원 제의를 받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애틀랜타법인에서는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무리 고된 일이라도 맡겨진 임무를 완수해내던 김 씨를 눈여겨봐 오던 터였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이 주축이 돼 범 현대가(家)가 출연한 아산나눔재단의 해외인턴 1기 출신이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출범한 아산나눔재단은 올해부터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11개국에 있는 현대중공업 사업장에 매년 1000명 규모의 인턴을 파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김 씨의 토익 성적은 830점으로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수준이지만 10개월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익힌 실전 영어 실력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멕시코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을 나누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김 씨는 “하루는 멕시코인 근로자들이 하는 고된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체험한 뒤 현장 인력들이 느끼는 고충을 보고서로 작성해 상사에게 보고했다”며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었지만 유창한 영어 실력 대신 현장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했던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 현대중공업 애틀랜타법인 입사 기회가 주어진 박유라 씨(25·여)는 중앙대 건축학과 석사 출신으로 금녀(禁女) 구역으로 여겨지는 건설 중장비업계에서 전문가가 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갖고 있다. 박 씨는 항공사 해외 주재원으로 일하던 아버지 덕분에 영어 실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남성을 선호하는 건설업계에서 ‘여자 공대생’이 기회를 잡는 건 쉽지 않았다.

박 씨는 애틀랜타법인에서 정직원이 하는 판매관리 업무를 맡았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긍정의 유전자’로 뭉친 박 씨는 현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 스타였고 업무 외에 대학 시절 경험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박 씨는 “미국에도 맞벌이 가정이 많다 보니 기혼 직원들은 아이들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다”며 “보모 자원봉사로 현지 직원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와 박 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애틀랜타법인에 파견된 인턴 8명은 매달 한두 차례씩 ‘현대’라는 영문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명문대 졸업장, 토익 고득점 성적표 없이도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미국지사의 취업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 두 청년은 새로운 땅에서 시작할 첫 사회생활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내년 1월 출국을 앞둔 김 씨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당당히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기계 전문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이달 말 해외인턴 3기를 모집할 계획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현대중공업#취업#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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