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림수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실시한 제3회 ‘지역경쟁력지수(RCI)’ 평가 항목 중 ‘지역경제력’ ‘주민활력도’ 부문에서도 수도권, 대도시권 시군의 강세가 계속됐다. 그러나 군 단위 지역이 많은 중하위권의 순위는 크게 요동쳤다.
이번 지역경제력 부문에서 상위 50위에 새롭게 진입한 시군은 6곳에 그쳤다. 하지만 중하위권에선 10계단 이상 순위가 상승한 지역이 49곳이나 됐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주민 소득수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기반 등이 상대적으로 타 시군에 비해 열세지만 지역밀착형 일자리 만들기와 생활여건 개선을 통한 기업과 도시민 유입 등에 주력하면서 순위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 지역밀착형 일자리 만들기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전북 임실군, 진안군, 장수군, 경북 성주군 등은 경제력 지표뿐 아니라 주민활력도의 상승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력지수는 산업기반, 소득수준, 지자체 재정기반, 사업체 및 일자리 수, 소득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각 시군의 ‘현재 경쟁력’이다. 주민활력도는 인구증가율, 고령화율, 출생률 등을 토대로 평가하며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함께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지역경제력과 주민활력 상위권 지역은 상당부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나 두 지표 간 밀접한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 포뮬러원(F1) 효과?…영암군 상위권 진입
전남 영암군은 2010년 9월부터 ‘지역살림 늘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 유치뿐 아니라 외부 인구 유입을 늘리기 위해 생활과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암군은 군 내 기업의 직원 90% 이상이 전입할 경우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해 F1경기장 관광 투어 등 다양한 체험관광 프로그램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영암군은 최근 몇 년 새 전남 서부지역에서 기업 유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으로 꼽힌다.
영암군은 올해 지역경제력지수 부문에서 2010년 조사 때보다 순위가 23계단이나 상승하며 상위권에 진입했다. 경남 함안군(32위)도 순위를 30계단이나 끌어올리며 올해 처음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이번 평가에서 순위가 30계단 이상 상승한 16곳은 모두 군 단위 지역이었다. 이 중 충북 괴산군, 경북 군위군, 청도군을 제외한 13개 지역은 2차, 3차 산업 종사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화성시는 2010년에 이어 올해 평가에서도 이 부문 1위를 지켰다. 군 단위 지역은 2010년 평가 때에 비해 3곳이 늘어난 12곳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군 지역 중 1위는 2010년 평가 때와 마찬가지로 충북 진천(전체 21위)이 차지했다. 혁신도시로 지정된 진천은 대기업 유치뿐 아니라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밀착형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충북 청원군(26위), 음성군(28위) 등 충청권 내 다른 기업도시 주변 지역, 혁신도시 등의 강세도 계속됐다.
전북 진안군은 고유 자원을 활용한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육성 등의 노력으로 올해 지역경제력, 주민활력지수 부문에서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주민, 지자체뿐 아니라 농협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농협과 진안군이 올해 본격 출시가 시작된
진안사과 홍보를 위해 마련한 도시민 초청 사과 따기 체험 행사. 농협은행 제공
강원 횡성군은 올해 지역경제력 평가 부문에서 순위가 30계단이나 상승했다. 지방자치단체, 주민, 농협 등 각 사업주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돋보인다. 지난달 미국 뉴욕 인근에 국내 농협 가공 제품으로는 처음 직판장을 낸 횡성군 서원농협 식품
가공공장에서 직원들이 들기름을 짜고 있다. 동아일보DB
경북 봉화군은 활발한 도시민 유치와 일자리 만들기 노력으로 인구 감소세가 완화되고 지역 경제도 활력을 찾고 있다.
봉화∼영양∼청송∼영월을 잇는 ‘외씨버선길’ 관광열차 체험 행사 참가자들에게 봉화군 관계자들이 봉화사과를 나눠주며 홍보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 귀농·귀촌, 지역활력 높인다
올해 ‘주민활력도’ 부문 평가에서 새로 상위권에 진입한 시군은 5곳에 불과했다. 지역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부문에서도 수도권, 대도시권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새로 상위권에 진입한 경기 과천, 의왕시와 부산 기장군 등도 대부분 대도시 주변 시군이었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 10계단 이상 순위가 상승한 지역에는 귀농·귀촌이 활발한 시군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17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하며 상위권에 진입한 전북 완주군이나 23계단 상승한 경남 함양군 등은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북 장수군, 경북 봉화군, 경남 산청군 등도 인구 감소세가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순위 상승폭이 큰 25개 시군 중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2007년부터 시행해 온 ‘도시민 농촌 유입 지원 사업’ 대상 시군 10곳 중 9곳이 포함돼 정부 차원의 귀농·귀촌 지원 사업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자체, 지역 주민, 지역 농협 등이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가구 수가 77가구에 불과한 산청군 신안면 갈전마을은 절반에 가까운 34가구가 귀농인이다. 이 마을에서는 귀농인을 중심으로 ‘민들레 공동체’를 만들어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학습장과 주택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다. 농협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농협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농특산물 종합 육묘장 설치, 농특산물 유통·판매시설, 산청곶감 포장재 지원 등 사업과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까지 지원하며 지역과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진안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641가구, 1569명의 귀농·귀촌인이 거주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5%가 넘는다. 신설된 ‘마을 만들기팀’에서 귀농·귀촌 관련 각종 업무를 총괄하고, 귀농·귀촌인으로 구성된 ‘진안군 뿌리협회’가 각종 정착 사업을 담당한다. 군은 전문성을 살려 식품 가공, 유통, 교육, 문화, 복지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귀농·귀촌인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농협도 지자체, 주민 등과 힘을 합쳐 진안 고랭지 사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채종현 박사는 “인구 감소로 활력이 떨어지던 지역들이 도시민 유치 활동과 함께 차별화된 전략으로 활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조용우 미래전략연구소 차장 woogija@donga.com ▽미래전략연구소=신수정 최한나 조진서 기자 <지역경쟁력 평가 연구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송미령 성주인 김광선 연구위원, 채종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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