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경제민주화 ‘한파’ 겹쳐… 기업 투자심리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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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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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라인 완공 연기… 포스코 계획보다 5000억 줄여
“내년 더 불확실” 축소 도미노

국내 주요 기업의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까지 불자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의 계열사들이 올해 예정했던 신규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 반도체 공장의 시스템반도체 신규 라인의 완공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로 예정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대량생산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SK그룹은 반도체 시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를 당초 4조2000억 원에서 소폭 줄이기로 했다. LG화학은 올해 계획했던 2조5000억 원의 투자액 가운데 2000억 원을 줄였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2000억 원 적은 2조1000억 원가량만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도 8조9000억 원으로 잡았던 올해 투자 예정액에서 5000억 원 정도를 줄여 집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올해 30대 그룹이 계획했던 120조9000억 원 투자가 100% 달성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위축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600개 기업의 내년 투자계획을 조사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내년에도 저성장과 저환율(원화가치 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대선 이후 국내 정치 환경을 예상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 투자를 줄이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에선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투자액에 따라 세금을 감면해 주는 각종 제도가 줄어들고, 순환출자 해소 등 기업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투자 축소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새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투자가 1% 줄어들면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가량 하락한다.

이 같은 투자 축소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신규 사업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것도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 투자는 주요 기업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는데 한쪽이 줄이면 다른 쪽도 따라 줄이는 투자 냉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대기업#투자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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