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조끼맨들이 떴다…좌판 편 어르신들 어깨가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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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동아일보, 중소기업청-시장경영진흥원 연중 캠페인
[1기관1시장]전통시장 가는 날 <16>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경주 양남5일장

“양남 5일장을 찾는 이들이 월성원전의 장점도 함께 체험하고 가셨으면….” 지난달 29일 월성원전 이청구 본부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KHNP사회봉사단 50여 명이 원전 인접지역 전통시장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양남 5일장을 찾는 이들이 월성원전의 장점도 함께 체험하고 가셨으면….” 지난달 29일 월성원전 이청구 본부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KHNP사회봉사단 50여 명이 원전 인접지역 전통시장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지역주민들에게 먼저 사랑을 받아야 대한민국 어디서라도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양남 주민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 ‘KHNP사회봉사단’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파란 조끼를 입은 직장인 50여 명이 분주하게 경북 경주시 양남 5일장을 뛰어다녔다. 인근 노인정과 어린이집에 전달할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일찌감치 좌판을 펼치고 앉아 있던 어르신들은 “잊지 않고 찾아와서 늘 고맙다”는 말로 이들을 격려했다.

KHNP란 한국수력원자력(Korea Hydro & Nuclear Power·이하 한수원)의 약자다. 외지인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월성원전과 이웃한 양남 주민들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존재다. 월성원전 1호기가 이곳에 터를 잡았던 1982년 이후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그간 주민들에게 어떤 봉사를 해야 할지를 고민했고 또한 시행착오도 거듭했습니다. 근래 들어 양남 5일장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의 활성화야말로 이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죠.”(월성원전 이청구 본부장)

한적한 농어촌에 불과했던 양남면 일대는 월성원전 1∼4호기와 신(新)월성원전 1, 2호기로 인해 한국 전기 산업의 메카로 거듭났다. 자연스레 원전에서 일하는 직원 1000여 명을 위한 사택과 복지시설이 들어서 마을의 모습도 새롭게 변모했다.

한수원 월성본부가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지역주민의 사랑과 지지다. 30년간 꾸준하게 물심양면으로 지역의 현대화 사업과 복지를 위해 투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해 지역주민과의 화합을 모색 중이다. 월성원전을 둘러싼 ‘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세 개 읍면에 자리한 전통시장과 5일장 활성화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뒤따랐다.

우선 직원들의 편리한 접근을 위해 정기적으로 교통편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누리상품권 보급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명절 때마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홀몸노인과 어린이집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임무도 잊지 않는다.

양남시장은 194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지역의 대표 장터다. 하서면사무소 소재지에 자리 잡고 있어 ‘하서장’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4일과 9일에 열리는 5일장은 양남의 자존심이자 경제의 중심이다.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과 동해에서 직송된 수산물이 모여들기 때문.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농어촌 인구의 감소로 양남 5일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쇠락해갔다. 특히 인근 울산시가 확장하면서 월성원전 직원들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발걸음마저 도심 상권으로 쏠렸다. 그러다보니 주민들과 한수원 직원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공간까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업화와 현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자 지역 주민들은 뒤늦게 전통시장과 5일장의 가치에 눈뜨기 시작했다. 지역경기 활성화와 함께 마을 공동체 복원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5일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뒤바뀌자 마을 주민들의 행동도 바뀌기 시작했다. 인근 대도시 관광객까지 끌어내기 위해 주민 전체가 5일장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신의 과정에 이웃사촌인 월성원전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한수원은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에 따라 원전 주변지역에서 주민지원사업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30년간 지역에 투자한 문화회관, 체육시설, 해수찜질방 등의 생활 인프라는 물론이고 2010년부터는 양남면 읍천항 전체를 벽화로 꾸민 정비사업까지 모두가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원으로 거듭났다. 양남 전통5일장은 자연스레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과 함께 동해안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강석규 양남시장 상인회장(56)은 “월성원전은 우리 주민들이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할 동반자인 셈”이라면서 “뒷짐 지고 지원금을 기다리기보다는 우리 시장이 먼저 유명해져서 월성원전의 홍보대사를 맡고 싶다”는 비전을 말한다.

월성본부는 전통시장의 부활이야말로 가장 큰 지역사회 공헌사업이라는 것을 깨닫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모색 중이다.

이청구 본부장은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우리 직원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설 준비가 끝났다”면서 “특히 양남의 명물인 5일장과 월성원전에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주상절리-파도소리길-벽화마을,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

■ 천년고도의 전통 5일장 ‘양남시장’

양남면 하서리는 동해안의 푸른 물결과 동대산 삼태봉의 경치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고즈넉한 해안마을이다. 월성원전이 있는 나아리 일대와는 해안도로를 통해 10분이면 접근이 가능하다.

겉보기에는 80여 상가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평범한 지역상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인근 지역에서 몰려든 상인과 주민들로 활기를 띤다. 해안마을의 특성상 이른 새벽이 더 흥겹다. 오래전 사라진 전통 5일장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도시인들의 오감을 잡아끄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인근에 하서해안공원, 관성해수욕장은 물론이고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양남주상절리가 있어 관광형 전통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시장 바로 옆에 해수(海水)찜질방과 펜션타운이 있고, 읍천항 파도소리길과 벽화마을도 가까운 거리라 트레킹 코스의 중간 휴식지로 인기가 높다.

현재 양남시장은 전통시장현대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 중이다. 야시장 조성과 상업시설 확장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천년고도에 전해 내려오는 5일장 전통을 살리면서 동시에 바닷가 휴양객들을 위한 현대적인 색깔도 접목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경주 양남=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1기관-1시장 캠페인 기업 참여 문의

동아일보 기획특집팀 02-2020-0350 e메일 demian@donga.com  
시장경영진흥원 02-2174-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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