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입점 브랜드, 먼저 입점한 선배들이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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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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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중소 패션업체 공개 오디션 행사에서 이미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대표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서 지원 브랜드들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선정된 우수 브랜드를 2014년 정식 입점시킬 계획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중소 패션업체 공개 오디션 행사에서 이미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대표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서 지원 브랜드들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선정된 우수 브랜드를 2014년 정식 입점시킬 계획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규 패션 브랜드 ‘드링크 비어 세이브 워터’는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마시다 만 맥주캔을 쏟지 않고 수납할 수 있게 디자인한 가방, 프린트된 손가락무늬에 고리를 달아 실제로 열쇠를 걸 수 있게 한 티셔츠에는 맥주를 좋아하고, 열쇠를 잘 잃어버리는 디자이너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다. 맥주캔 수납 가방은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잘 팔렸다. 박진 디렉터는 “해외에선 200여 업체를 통해 이미 판로를 찾았지만 한국에선 쉽지 않았다”며 “한국은 메이저 유통업계의 진입장벽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9일 본점 문화홀에서 뛰어난 제품을 갖고 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중소 패션업체를 찾기 위해 공개 오디션 행사를 열었다. 신세계 측은 “오디션 형식의 입점 브랜드 발탁 이벤트는 업계 최초의 시도”라고 말했다.

8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신문 광고와 온라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집공고가 나가자 담당 부서에는 하루 100통이 넘는 문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백화점 등 주요 유통 채널에 단독 매장이 없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였는데도 111개 업체가 지원했다. 신세계백화점 패션 바이어 전원이 지원한 업체를 일일이 방문해 26개 업체를 최종 선정했다.

본선 평가는 29, 30일 이틀간 치러진다. 신세계 측은 회사 내부 인력은 철저히 배제하고 패션 전문가들의 심사만 반영하기로 했다. 행사장에 나온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내부 인력이 나서면 상업적인 측면만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는 일을 외부 ‘트렌드 리더’들에게 맡겼다”고 설명했다.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홍승완 씨와 스타일리스트 박명선 서영희 씨, 기존 신세계 협력업체 사장들인 김윤호 우림F&G 대표, 윤병무 비엠월드 대표 등 심사위원 17명이 부스를 돌아다니며 창의성, 완성도, 시장성 등을 고루 평가했다.

일부 심사위원은 신세계에 이미 입점한 기존 협력업체 사장이다. 이 때문에 심사위원이 향후 백화점에서 자신과 경쟁할 브랜드를 직접 뽑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지은 위드베이스 대표는 “경쟁자라기보다는 함께 백화점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동료 업체라고 생각한다”며 “입점 경험 등 노하우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승마의류 및 액세서리 업체인 ‘카발레리아 토스카나’, 일본 장인과 협업해 제작하는 생활용품 브랜드 ‘아즈마야’, 스트리트 상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Ctrl Z’ 등 다양한 브랜드가 선보였다. 질 좋은 가죽으로 10만∼30만 원대 핸드백을 만드는 ‘잇츠백’ 등 최근 가치 소비 트렌드에 잘 맞는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인 디자이너 진태옥 씨는 “해외 유학과 다양한 경력으로 중무장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반해 제대로 선보일 무대가 적었던 만큼 이 같은 기회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세계 측은 좋은 평가를 받은 브랜드를 골라 내년 초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 결과가 좋은 업체는 2014년 봄여름 상품 개편 때 정식으로 백화점에 입점하게 된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백화점#입점 브랜드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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