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휘두른 中선장-선원 11명 전원 영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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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복용 여부도 함께 검사… 사망 中선원 심장마비 가능성
부검은 유족 도착때까지 연기… 외교마찰 우려 동영상 비공개

16일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해경의 불법조업 단속에 쇠톱을 휘두르며 맞서다 고무탄을 맞고 사망한 중국 랴오단위(遼丹漁) 23827호 선원 장수원(張樹文·44) 씨가 심장마비 또는 심장질환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경 측은 “법의학 전문가들이 ‘장 씨가 흉기를 휘두르며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비살상용 고무탄을 맞아 심장마비가 왔을 가능성과 혈맥이 막혀 있는 심장질환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해경 관계자도 “장 씨가 ‘아야’라는 소리를 지르고 10여 m를 뛰어가다 의식을 잃은 것을 감안하면 심장마비나 심장질환으로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고무탄을 맞고 숨진 사례가 없어 부검이 이뤄져야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 본원에서 고무탄을 맞고 숨진 장 씨의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8일 부검을 할 예정이었지만 장 씨 유족에게 참관 기회를 주기 위해 연기했다. 다만 장 씨 유족들이 부검을 반대하고 있어 무기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해경은 또 흉기폭력을 행사한 랴오단위 23827호 선장 장모 씨(38) 등 11명에 대해 마약 복용 검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12월 불법조업을 하다 단속에 나선 고 이청호 경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중국 어선 루원위(魯文漁)호 선장 청다웨이(程大偉·43) 씨가 히로뽕의 일종인 빙독(氷毒)을 복용했기 때문이다.

해경은 폭력에 가담한 랴오단위 23827호 선장, 선원 등 11명과 불법조업을 한 랴오단위 23828호 선장 등 모두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은 단속 대원들에게 쇠톱과 삼지창, 손도끼, 쇠파이프를 휘두른 랴오단위 23827호 선원 12명이 중국 산둥 성 스다오 항에서 출항할 때부터 단속에 적발될 경우 거짓 선박 이름과 신분을 둘러대도록 교육받은 것을 확인했다. 또 랴오단위 23827호 선장과 기관장이 숨진 장 씨 등 선원 10명에게 흉기를 들고 격렬하게 저항할 것을 지시한 것도 밝혀냈다.

해경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극도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해경 대원들이 단속 지침에 따라 고무탄을 쏘며 가까스로 제압하는 과정이 현장 단속 요원이 촬영한 캠코더에 담겨 있지만 해경은 화면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전의 불법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동영상과 사진을 언론에 제공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해경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선원들이 무기를 들고 저항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동영상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공개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선장#선원#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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