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고졸 채용 활성화 정책이 일부 공기업에서 고졸 ‘경력자’의 채용 수단으로 변질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입사한 고졸 직원의 평균 연령이 40세에 육박하는데도 관계 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9일 민주통합당 박기춘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최근 2년간 뽑은 고졸 신입사원 26명의 평균 연령은 38.9세로 집계됐다. 그해 고교를 졸업한 사원은 한 명도 없고 1980년에 고교를 졸업한 51세의 직원까지 고졸 신입사원에 포함돼 있었다. 2011∼2012년 도로공사에 입사한 대졸 직원 155명의 평균 연령은 29.2세로 고졸 직원 평균 연령보다 9.7세나 적었다.
도로공사 측은 직무에 맞춰 고졸자를 채용하다 보니 당해연도 졸업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졸 직원은 대부분 굴착기 운전 등 전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고교를 갓 졸업해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무작정 채용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고졸 채용을 할 때 당해연도 졸업자를 우선 채용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긴 하지만 이미 채용된 고졸 인력의 연령까지 집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이 뽑은 고졸자는 총 577명이다. 이 중 몇 명이 고교를 갓 졸업하고 입사한 직원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의 ‘열린 채용’이 사회에 갓 진입하는 고교 졸업생에게 오히려 ‘닫힌 채용’으로 작용하는 셈”이라며 “처음에 세운 정책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고졸 채용 제도 전반을 새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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