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세계는 청년일자리 전쟁중]<2>숨겨진 일자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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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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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회적 합의로 PA직업 창출… 8만명에 ‘굿 잡’ 선물

MD앤더슨 암센터에 있는 의사와 의사보조인력(PA)이 환자의 차트를 보며 치료방법을 토론하고 있다. 미국의 PA들은 정식 의사의 통제 안에서 의료활동을 하면서 미국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MD앤더슨 암센터 제공
MD앤더슨 암센터에 있는 의사와 의사보조인력(PA)이 환자의 차트를 보며 치료방법을 토론하고 있다. 미국의 PA들은 정식 의사의 통제 안에서 의료활동을 하면서 미국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MD앤더슨 암센터 제공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시의 별명은 ‘치유(治癒)의 도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복합단지인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는 이런 명성을 유지하는 동력원이다. 이 도시에서 선호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사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이다. PA는 의사의 통제 아래 외과수술 보조, 재활 지원, 환자 상담 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는 없는 직업이다. 평균 연봉 8만6410달러(약 9600만 원)에 10명 중 8명은 정규직이다.

TMC에서 흉부외과 의사를 보조하는 마거릿 존스 씨(30·여)는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준비하다 PA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의사가 되려면 10년이 걸리지만 PA는 6년 만에 과정을 마칠 수 있는 데다 의사들보다 생활이 규칙적이란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경쟁력을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PA처럼 청년들을 위한 ‘숨겨진 일자리(Hidden Job)’를 찾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합의로 발굴해 낸 양질의 일자리

PA가 미국 사회에서 안정된 일자리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는 제도 개선과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큰 역할을 했다.

17세기부터 영미권에 존재하던 직업인 PA가 미국에서 활성화된 건 2000년대 초반. 당시 의사들의 과중한 업무량이 원인인 의료사고가 빈발하자 미국 연방정부는 2003년 관련법을 바꿔 레지던트(수련의)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했다. TMC 내 MD앤더슨 암센터 성형외과 의사인 한국계 데이비드 창 씨는 “근무시간이 줄면서 의사들은 PA의 도움이 필요해졌고 이후 PA의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PA는 8만3000여 명. 이들은 2년 동안 해부학, 생리학을 비롯한 이론 수업과 임상실습을 마치고, 국가자격증 시험을 통과한 뒤에도 2년마다 100시간 교육을 받고, 6년마다 자격증 갱신 시험을 치르는 등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 정부는 2011년부터 인턴의 주당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더 줄이고 당직근무 후 10시간 이상 휴식, 주 1회 24시간 휴무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의사들의 근무여건이 나아졌을 뿐 아니라 PA의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됐으며 의료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올 초 한국에서도 외과의가 줄면서 정부가 PA 양성화를 시도했지만 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닥쳐 좌초된 것과 정반대다. 조정민 모니터그룹 이사는 “보건의료 산업에서의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중간 수준 숙련도(mid-skilled)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 의료산업이 도시를 먹여 살린다

TMC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TMC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 메리엇, 베스트웨스턴 등 호텔들이 즐비하다. 호텔 식당을 찾은 손님의 절반 이상은 휠체어를 탄 환자다. 입원 대신 통원 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TMC 시스템 덕에 호텔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휴스턴에는 환자와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 종사자가 4000명이나 된다. 간접고용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경제효과만 140억 달러(약 15조5600억 원)로 휴스턴 시 경제의 25%를 TMC가 떠받치고 있다.

○ 서비스 분야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라

이처럼 세계 각국은 산업구조의 혁신, 규제 완화나 이해 당사자와의 합의 등을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 숨겨진 일자리들을 발굴하고 있다.

덴마크 빌룬 시에 있는 테마파크 ‘레고랜드’에서 일하는 스테파니 펠리스 씨(19·여)는 올 6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식품유통부에 취업했다. 연봉은 20만 크로네(약 4000만 원). 고졸로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에서 일한 경력이 전부인 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는 “같은 반 친구 27명 중 7명이 레고랜드에 함께 취업했다”며 “학교 다니면서 취업 문제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레고랜드를 통한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 레고랜드 직원은 1200명이지만 이 지역의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는 관광산업 종사자는 1만 명 이상이다. 헨리크 회르만 레고랜드 사장은 “제조업만으로는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적이지만 이를 서비스업으로 확장하면 일자리 창출 범위가 무궁무진해진다”고 강조했다.

:: 히든 잡(Hidden Job) ::


‘숨겨진 일자리’라는 뜻으로 규제완화, 이해관계자 간의 원만한 대화, 해당 산업분야의 혁신 등을 통해 추가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큰 일자리.

‘히든 잡’의 예- 의사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 평균 연봉 8만6410달러
■ 83,2%가 정규직 풀타임
■ 미국 내에서는 이미 8만3000명이 활동
■ 규제완화,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 등으로 창출 가능

자료: 미국 노동부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박용 논설위원

▽편집국 경제부
김유영 유재동 이상훈 문병기 유성열 기자

▽편집국 산업부
장강명 염희진 정진욱 기자

▽편집국 사회부
김재영 김성규 기자

▽편집국 교육복지부
김희균 기자

◇채널A

▽보도본부 산업부
김창원 한정훈 기자

▽보도본부 경제부
하임숙 차장 천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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