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DBR-서울대CFO전략과정 케이스 스터디: 포스코 성과공유제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구 돕고 기술보호… 협력사의 용광로 되다

DBR 그래픽
DBR 그래픽
규모 9.92km²(약 300만 평)에 이르는 제철소는 극한의 환경이 존재하는 곳이다. 쇳물을 만드는 섭씨 1500도가 넘는 용광로가 모든 생산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협력업체들은 극한의 환경에서 끊임없이 장치의 수명을 늘리고 외국 제품을 국산화하며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들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엄포를 놓아서가 아니다. 성과공유제라는 좋은 ‘당근’ 덕분이다.

성과공유제는 포스코가 2004년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포스코의 지원 하에 협력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제안하고 여러 시도를 해본 뒤 성공하면 보상을 받는다. 협력업체들에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는 거대한 실험실과도 같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4호(10월 1일자)에서 포스코의 성과공유제 성공사례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 삼우에코의 기계 수명 연장

잘 녹지 않는다는 소재는 다 써봤다. 고온에 가장 잘 견딘다는 고가의 초경합금인 인코넬 재질을 써보고 용접도 해봤다.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시도해 봤는데 모두 실패였다. 뜨거운 용광로와 직접 접촉을 하는 기계 장치의 수명을 늘리는 건 그만큼 어려웠다. 2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자 삼우에코 이찬석 상무(2004년 당시 부장)는 고온에 잘 견디는 소재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삼우에코는 용광로 안에 미세한 석탄가루(미분탄)를 뿌려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인 랜스를 포스코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랜스는 긴 파이프 같이 생겼는데 용광로 옆에 난 구멍(풍구)으로 산소와 함께 미분탄을 넣어준다. 미분탄이 용광로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쇳물 생산량도 늘어난다. 그런데 랜스는 용광로 옆에 고정돼 항상 고온의 열에 노출돼 있고 종종 쇳물에 닿기도 해서 끝이 쉽게 마모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105일만 지나면 못쓰게 된다. 이 상무는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국 어떤 소재로도 105일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혁신은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발상의 전환을 해봤다. 랜스를 꼭 용광로 옆에 고정할 필요가 있을까. 미분탄을 투입할 때만 용광로에 접근하게 만들면 안 될까. 삼우에코는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랜스 전후진 장치를 개발했다. 보통 때는 용광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가 미분탄을 투입할 때만 용광로에 다가가는 ‘움직이는 랜스’를 만든 것이다. 이 장치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미분탄이 용광로 안에서 확산도 잘됐다. 삼우에코는 결국 랜스의 수명을 105일에서 519일까지 늘릴 수 있었다. 미분탄의 정확한 투입으로 원가절감도 이뤄냈다. 삼우에코는 성과공유제에 따라 이듬해인 2005년 성과보상금으로 4억700만 원을 받았다.

○ 포스코 성과공유제의 성공 요인


우선 포스코는 중소기업의 자발적 혁신을 유도하려 노력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강압적인 ‘갑을’ 관계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포스코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대신 이익을 나눈다는 ‘당근’을 통해 중소기업인 협력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성공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포스코의 ‘명령’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먼저 포스코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누구보다도 제품과 상황을 잘 아는 협력업체들의 제안은 도전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

체계적인 시스템도 주효했다. 포스코는 2003년 성과공유제를 최초로 구상했을 때부터 전담조직을 마련해 관련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중소기업과 개선 과제를 진행하기 전에 성과배분율을 미리 협의했고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개발된 기술을 포스코가 가로채지 않는다는 기술보안 및 윤리준수 협약을 맺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포스코와 중소기업 간에는 신뢰가 조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은 강한 동기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포스코는 실패해도 괜찮은 거대한 실험실을 중소기업들에 제공했다. 중소기업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한 실험을 해볼 공간이나 자금이 부족하다. 특히 제철소와 같이 극한의 온도에서 사용되는 제품들은 어디서 시험해 보기 어렵다. 실패하면 비용만 날아간다는 리스크도 컸다. 그러나 포스코는 중소기업들에 포항과 광양 제철소를 개방했고 이들의 실패를 보전해줬다. 결국 중소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포스코의 진정성이 결실을 맺었다.

포스코는 2011년까지 협력업체 801곳과 함께 모두 1794건의 성과공유 과제를 수행했다. 이 중소기업들에 성과보상금으로 지원한 액수는 총 826억 원. 포스코는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공유제 재원을 2010년 77억 원에서 2011년 400억 원, 2012년 500억 원 등으로 늘렸으며 앞으로도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 성과공유제 ::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혁신과제를 발굴해 재료비 절감, 기계 수명 향상, 인건비 절감, 국산화와 같은 성과가 나오면 중소기업에 현금 또는 장기 공급권 등의 형태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4호(2012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여성-외국인 고용 쑥쑥 느는데…

▼ 스페셜 리포트


서울에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구내식당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기를 손질한 ‘할랄 요리’를 내놓는다. 인도와 유럽 음식도 종종 메뉴에 오른다. 국내 직원 6000여 명 중 2.3%에 해당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은 늘어나는 외국인과 여성, 경력사원, 장애인 직원들을 위한 다양성 관리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배경과 지식,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하지만 무조건 다양성을 추구했다가 혁신은커녕 이질적인 구성원들 간의 갈등만 커질 수도 있다. 한국의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다문화 조직이 되는 데 필요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례, 최신 연구결과 등을 소개한다.


직원들 활력 높이는 기업의 특징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직원이 행복하면 기업도 건강하다. 하버드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성과가 높을 뿐 아니라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일도 적었다. 이를 깨달은 선진 기업들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에 입사한 한 사원이 출근 둘째 날 복잡한 오류를 해결할 방법을 발견했다. 이를 윗사람에게 보고했더니 제품 부문 부사장은 웃으며 “자네가 직접 해결방안을 공개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즉시 공개될 해결방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 기뻐 회사 게시판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이런 회사는 나날이 발전할 것이다. 페이스북처럼 직원들에게 활력과 자존감을 불어넣는 조직들의 특징을 소개한다.
#포스코#성과공유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