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 ‘남성관(館)’ 경쟁으로 맞붙었다. 출발은 신세계가 빨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점 6층을 통째로 3040 남성들을 위한 럭셔리 매장과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남성 전문관’이란 이름을 붙였다. 》 롯데도 반격에 나섰다. 1년간 공을 들인 끝에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5층에 남성 전문관을 연다. 수입 브랜드 비중을 늘리고 패션 외에 구두매장은 모두 지하로 내려보냈다. 이 덕분에 남성패션 매장이 330.58m²(100평) 늘어난 4910.75m²(1485.5평)로 국내 최대 규모가 됐다.
하영수 롯데백화점 남성MD1팀장은 “국내 브랜드부터 해외 명품까지 남성들이 한 층에서 다양한 패션을 접할 수 있는 쇼핑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는 패션, 신세계는 라이프스타일
롯데 남성 전문관은 패션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롯데의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여성 가방과 옷에 밀려 한쪽 구석을 차지했던 남성용 옷과 가방이 남성 전문관에서는 단독 매장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것이 버버리 멘즈와 엠포리오 아르마니.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 남성의류 매장 전체의 해외 명품 구성 비율이 6%에서 20%로 확대됐다.
컨템포러리 매장도 많아졌다. 띠어리와 DKNY, 질스튜어트뉴욕, 블리커 등이 새로 문을 연다. 특이한 점은 아예 팝업 매장 전용공간을 만들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막 뜨고 있는 브랜드를 일정 기간 소개하는 ‘리미티드 숍(Limited Shop)’이 생겼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브랜드 ‘스카치앤소다’ 등을 돌아가며 팔아 보고 반응이 좋으면 상설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 남성관은 3040 남성들을 위한 럭셔리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해 이미 매출과 인지도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구치, 버버리, 돌체앤가바나, 지방시의 남성 단독매장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신세계 남성관에 들어섰다. 패션에 중점을 둔 롯데와 달리 신세계는 옷뿐 아니라 안경 책 음반도 살 수 있는 ‘맨 온 더 분’ 같은 복합문화공간을 넣었다.
남성관 개장 1주년을 맞은 신세계는 다음 달 초에 해외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패션쇼와 유명 스타일리스트를 초청하는 스타일링 클래스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루 날을 잡아 밤늦게까지 운영하며 파티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 명품의 신성장동력은 ‘남성’
롯데와 신세계가 남성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남성 명품이 불황 속에서도 고성장하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성들은 한 번 단골이 되면 익숙한 브랜드와 백화점에서만 물건을 사는 경향이 여성들보다 높다. 여성들은 쇼핑 자체를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남성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 이 백화점, 저 백화점을 돌아다니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에 남성 전문관을 개장한 뒤 1년에 열 번 이상 물건을 사는 단골 고객이 3배 이상 늘었다”며 “남성 명품관의 원조격인 일본 백화점에서 한국 남성관을 배우러 올 정도로 해외 명품 본사들도 남성관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도 남성 매출 비중이 2009년 25.0%에서 2012년 31.2%로 확대돼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남성관 개장을 준비해 왔다. 롯데 관계자는 “가전제품과 구두, 시계에서 고급의류로 남성들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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