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난이 심각해지면 항상 ‘불필요한 조명을 끄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세상에 불필요한 조명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가정용 에어컨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요금이 싼 야간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다른 시간대에 쓸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나섰죠.” 대형 경관시설에 조명을 설치하면서 빠르게 성장한 누리플랜의 이상우 회장(49)이 2차 전지를 이용한 ESS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SS는 전력 수요가 적고 가격이 쌀 때 전력을 저장한 뒤 수요가 많은 피크시간에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
경관시설물 및 조명 설치로 사업을 시작한 이상우 누리플랜 회장. 그는 최근 전력난으로 조명시설 수요가 줄자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개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누리플랜 제공
1994년 경관시설물 설치 업체 대산강건을 설립한 이 회장은 2001년 회사명을 누리플랜으로 바꾼 뒤 조명사업을 시작했다. 부산 광안대교, 서울 반포대교, 경북 경주 안압지 등 야경(夜景)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들이 이 회사의 작품이다. 2007년 341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약 6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최근 6년간 연평균 영업이익 성장률도 15%에 달해 경관 및 조명시설 분야에서 손꼽히는 강소(强小)기업이 됐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끝 모를 침체에 빠져 전국적으로 개발사업 붐이 가라앉고 매년 여름과 겨울에는 전력난이 닥쳐 조명시설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회장은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명시설을 팔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대신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ESS 시장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 리튬 대신 바나듐으로
현재 리튬이온 2차 전지 시장은 삼성SDI와 LG화학이 주도하고 있다. 주로 노트북PC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지난해에는 두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9%에 이르러 처음으로 일본 기업들(39%)을 앞지르기도 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2차 전지 시장에 중소기업인 누리플랜이 뛰어든 것은 이 시장이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2020년까지 국내에 200만 kW의 ESS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셰일가스 개발과 함께 ESS를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사 ESS사업부문의 강명원 사장은 “세계적으로 2차 전지를 이용한 대용량 저장장치의 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약 47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누리플랜도 5년 뒤에는 ESS만으로 상당한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2차 전지의 대다수가 니켈이나 리튬을 이용한 것과 달리 누리플랜은 바나듐이라는 희귀원소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전지는 주로 노트북, 휴대전화의 배터리에 적합해 대용량인 전기자동차 및 발전소, 태양광이나 풍력을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저장장치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리튬이온 전지는 폭발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 사장은 “바나듐 2차 전지는 오래 방치하더라도 방전되지 않고, 저장할 수 있는 용량도 커 대형건물이나 발전소 등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전자방공호와 레이더 사업에도 진출
바나듐을 이용한 2차 전지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 대기업이 진출해 누리플랜 같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응해 누리플랜은 이미 바나듐전지를 개발하면서 10여 개의 특허를 등록했거나 출원했다. 또 향후 원료가 부족해질 상황에 대비해 중국의 바나듐 광산의 지분확보를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 바나듐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2차 전지는 제조기술이 있어도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할 수 없다”며 “생산에 앞서 중국에서 원료 수급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후발 기업의 추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바나듐 2차 전지 사업 외에 전자기파(EMP) 폭탄을 투하할 때 발생하는 강한 전자기파를 막기 위한 전자방공호와 레이더장치 사업도 시작했다. 전자방공호는 최근 국방부 합참본부 내에 설치됐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영국 방위산업 설계업체인 플렉스텍의 도움을 받아 만든 근거리 지상 감시용 레이더는 조만간 비무장지대(DMZ)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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