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실용성보단 개성을 선사할게요, BMW ‘640i 그란 쿠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BMW그룹코리아 제공
BMW그룹코리아 제공
‘아름답다.’ BMW ‘640i 그란 쿠페’의 옆모습을 본 순간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5m가 넘는 길이와 차분히 웅크린 듯 낮게 깔린 차체. 허리를 가르는 활 모양의 장식선. 도로 위에 고급 양탄자가 놓인 것 같았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640i 그란 쿠페는 BMW 최초의 ‘4도어 쿠페’를 표방한다. 쿠페란 원래 날렵한 형태에 문짝이 2개만 달린 차를 뜻했지만 일부 업체에서 쿠페 스타일의 차체에 뒷문을 더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4도어 쿠페라는 장르가 생겼다.

그란 쿠페는 준대형급인 5시리즈를 플랫폼(차체뼈대)으로 삼으면서도 앞뒤 길이를 늘려 대형세단 7시리즈의 크기에 육박한다. 외모에서 느껴지듯 이 차의 본질은 호사로움이다. 실내 좌석배치는 실용성과 거리가 멀다. 대형차임에도 뒷좌석에는 두 명만 앉을 수 있다. 그 사이를 에어컨 조작버튼이 달린 콘솔이 가른다.

운전석에 앉으면 일반적인 세단을 탔을 때보다 시야가 한 층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체를 낮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머리가 위치하는 공간(헤드룸)은 넉넉하다. 가죽시트의 감촉은 호사스럽다. BMW의 고성능 모델인 ‘M’ 이미지를 차용한 각종 장식도 눈을 즐겁게 한다.

성능은 강력하다. 차 이름 ‘640i’는 이 차가 4L급 엔진의 성능을 낸다는 의미다. 실제 탑재된 엔진은 3L급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BMW의 자랑인 ‘실키 식스(Silky Six·실크처럼 부드러운 회전질감의 6기통 엔진)’다. 트윈파워터보와 결합한 최고출력 320마력의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는 일품이다. 역동성을 강조하는 ‘스포츠’ 모드와 연비 위주의 ‘에코 프로’ 모드를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 능력이 있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속도감은 그리 높지 않다. 높은 정숙성과 매끄러운 변속능력의 힘이다. 승차감도 역동성보다는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설정이다. 그렇다고 주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특유의 날카로운 코너링 능력은 여전하다.

그란 쿠페의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10.4km. 가격은 기본형이 1억980만 원, 고급형 모델인 그란쿠페 익스클루시브는 1억3720만 원이다. 전통적인 고급 대형세단과 맞먹는 가격이다. 실용성을 따지기보다는 개성 넘치는 ‘작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차체 크기에 비해 작은 트렁크는 아쉽다. 용량 460L로 골프백 3개를 넣을 수 있는 정도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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