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를 왜 그렇게 싫어할까? 직접 타보니…

동아경제
입력 2012년 8월 20일 09시 49분

출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은 폴크스바겐 중형 세단 7세대 파사트가 무성한 뒷이야기를 남기며 우여곡절 끝에 국내에 데뷔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 6월 부산국제모터쇼가 열린 부산에서 신형 파사트를 공개했으나, 모터쇼 행사와 일정이 겹치며 주최 측인 부산광역시로부터 주위를 분산시킨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 일부 사양이 빠지면서 ‘깡통차’ 논란에 휩싸였는가하면, 경쟁차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급인지 아니면 그랜저 급인지를 두고 말들이 오가고 있다. 최근 파사트를 시승한 국내 자동차 전문기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차체 크고 가격 경쟁력 갖춰
신형 파사트는 출시 전 유럽에서 생산된 차가 아닌 미국형이 수입될 것이라고 알려지며, 사양과 판매가격에 관심이 모여졌다. 일부에서는 3000만 원대 중반에 책정돼 국내 패밀리 세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마침내 공개된 가격은 2.5리터 가솔린 모델 3790만 원, 2.0리터 디젤 모델 4050만 원으로 디젤 모델의 경우 6세대보다 480만 원 저렴하다. 동급의 수입차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국산차는 그랜저와(3048~4348만원) 비슷한 가격대다.
차체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868mm, 1835mm, 1487mm로 그랜저(4910mm, 1860mm, 1470mm)보다 작고, 쏘나타(4820mm, 1835mm, 1470mm)보다는 약간 크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03mm로 쏘나타(2795mm)보다 길고 그랜저(2845mm)보다 짧다. 트렁크는 529리터로 그랜저(454리터)보다 크다.

7세대 파사트를 대변하는 몇 가지 핵심 키워드는 비현실적으로 넓은 공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빈약한 사양, 무난한 성능, 보수적인 디자인, 정통세단 등이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유럽형이 아닌 미국형을 선택한 폴크스바겐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 직접 파사트를 운전하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가 골고루 포함된 100km 구간을 달렸다. 시승한 차는 2.0TDI 모델이다.

#기어노브 주변 버튼들 빠져 휑한 느낌
외관은 전체적으로 남성적이며 단순하고 보수적인 색체가 강했다. 화려함보다는 안정적이고 간결한 현대적 감각의 ‘정통세단’을 추구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면은 헤드램프와 그릴을 수평으로 연결한 패밀리 룩을 적용해 폭이 넓어보였다. 측면과 후면은 직선을 많이 사용해 완고하고 탄탄한 느낌이다.
실내는 고급스러움보다는 폴크스바겐 특유의 간결함과 실용성을 따랐다. 기능적인 측면을 우선 고려해 운전자가 주행 중 각종 기기들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배치했다. 하지만 편의 및 안전사양이 대거 빠지며 기어노브 주변 버튼 자리가 비어 휑한 느낌을 줬다. 요즘엔 잘 사용하지 않는 핸드 주차브레이크를 전자식주차브레이크 대신 적용한 것도 눈에 거슬린다. 뒷좌석은 어지간한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될 만큼 넓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다양한 스펙이나 화려함보다는 좋은 배우자와 같이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차, 잘 달리고 잘 서고 그리고 안전하면서도 좀 더 윤택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차”라고 소개했다.

#꾸준한 가속감에 무난한 중형 세단
2.0TDI는 1968cc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낸다. 골프나 제타와 같은 엔진을 쓴다.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해 빠르고 정확하게 변속하는 듀얼 클러치 6단 변속기(DSG)를 장착했다.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 특유의 묵직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비교적 방음이 잘돼 저속이나 고속 모두에서 정숙한 편이다. 꽉 막힌 도심을 벗어나 국도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높였다. 민첩하게 튀어나가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중형 세단과 비교해 굼뜬 느낌은 아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9.1초에 도달한다.

핸들링은 패밀리 세단답게 누구나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세팅됐다. 평균 50~70km/h의 속도로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렸을 때 자로 잰 듯 정확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나갔다. 서스펜션은 단단함보다 부드러움을 선택했다. 거친 노면이나 과속방지턱을 그대로 통과해도 전해진 충격은 크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민첩하거나 역동적이진 않지만 꾸준한 가속이 돋보였고 150km/h를 넘어서도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큰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이다.

#잘 달리고 잘 서는 편안한 차
신차의 공인연비는 14.6km/ℓ이다. 시승을 끝낸 뒤 측정한 실제 연비도 12.2km/ℓ로 공인연비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를 위해 미국형에는 없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후방센서, 접이식 사이드미러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