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사업들을 모아 출범한 LS엠트론을 취임 4년 만에 알짜배기 회사로 만든 심재설 사장. LS엠트론 제공
2008년 7월 LS그룹은 LS전선에서 트랙터 사출기 등 8개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 LS엠트론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대부분 적자를 냈던 사업이어서 ‘버리는 카드’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심재설 본부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 것을 보고는 다들 숨죽여 지켜봤다. 그는 LS전선에서 기계사업 및 부품사업본부장을 지내며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사업들을 흑자로 바꿔놓아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심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4년. 결과는 역시 성공이었다. 2008년 출범 당시 6501억 원 매출에 300억 원 적자를 냈던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조7272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54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매출은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 사장은 ‘사업 특성에 맞춘 의사결정’을 성공비결로 꼽았다. “전선산업의 주기는 수십 년인데 전자부품은 월 단위로 바뀔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그래서 기계와 부품사업을 따로 뗀 것인데 이 안에서도 사업별로 특성이 다릅니다. 특성에 맞춰 사업부별로 최고의 사업부장을 앉힌 것이 저와 회사의 복이었습니다.”
심 사장은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전지박’(電池箔·Copper Foil) 사업에 5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회로소재사업을 집중 육성했다. 때마침 지난 3. 4년 동안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회로소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세계로 눈을 돌린 ‘글로벌 경영’도 주효했다. 트랙터 같은 농기계 사업은 국내에서조차 중견기업들에 밀리던 상황. LS엠트론은 품질은 당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 수준으로 높이면서도 가격은 낮춰 해외시장을 뚫었다. 그 결과 해외 매출은 2008년 3658억 원에서 지난해 8929억 원으로 수직상승했다. 해외법인도 3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심 사장은 ‘현장주의자’다. 일정의 절반 이상을 국내외 사업장과 연구소를 방문하는 데 쓴다.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쓰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합니다. 제가 현장에 가면 보고서에서 못 보는 것을 보고, 바로 개선할 수도 있으니까요.”
임직원들에게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월별 실적은 의미가 없다. 단기 실적에 매달리면 길게 봐서는 회사에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 많다는 믿음으로 항상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인지를 본다는 설명이다.
전문경영인이 단기 실적에 눈 감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물었더니 심 사장은 “오너 일가도 같은 의견이다. 지속가능 경영을 하다 보면 단기 실적도 잘 나오게 마련”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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