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세련미 갖추고 한결 차분해진 배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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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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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ML63 AMG’


자동차마다 기대되는 가치는 다르다. 소비자는 보통 편의성과 내구성 경제성을 고려한다. 고출력 자동차는 멋진 스타일이 우선시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치가 모호한 자동차가 있다. 투박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디자인에 경제성이라곤 아랑곳없는 500마력대 엔진. 1억5000만 원에 이르는 가격. 분명히 속도는 빠르지만 스포츠카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핸들링.

메르세데스벤츠 ‘ML63 AMG’의 존재가치는 명확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많은 가치를 동시에 잡으려고 했다는 게 맞겠다.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가속력과 세단형 승용차로는 가기 힘든 산길도 가고, 스키나 서핑보드를 쉽게 싣고 다니며, 때로는 요트를 끌고 다닐 수도 있는 능력 말이다.

새롭게 탄생한 3세대 ML63 AMG를 만났다. 엔진은 8기통 5.5L로 기존 6.2L 엔진보다 배기량이 줄었지만 터보시스템을 넣어 출력은 15마력 오른 525마력이다. 하지만 연료소비효율은 23% 높아졌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이전 모델 대비 38.6%나 감소됐다. 정차하면 엔진이 자동으로 정지하는 에코시스템도 넣었다. 공식 연비는 L당 6.4km. 실제 운행에서 구형은 시내주행에서 L당 3∼4km밖에 갈 수 없었지만 이번 신형은 5km 안팎의 연비를 보였다. 사실 이 정도 가격과 출력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계층은 연료비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이들에게 좋은 연비는 자주 주유소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시간절약 개념이다.

가속력은 여전히 파괴적이다. 4.8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다. 구형보다 분명히 더 빨라졌지만 가속감은 부드러워졌다. AMG 전용 7단 자동변속기가 가속력을 높이면서도 변속충격은 줄였기 때문이다. AMG 특유의 야수처럼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은 약간 차분해졌다. 운전대를 돌렸을 때 차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따라 와주는 핸들링은 웬만한 스포츠세단 이상이다.

구닥다리같던 외부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세련되게 변했다.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계기반은 이제 벤츠도 어쩔 수 없이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느낌이 든다. 외부 디자인은 여성적인 감성이 엿보이는데, 강인한 매력을 좋아하는 ‘마초’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ML클래스는 63 AMG 외에도 직렬 4기통 디젤엔진을 장착한 ‘250 블루텍’, V형 6기통 디젤엔진을 넣은 ‘350 블루텍’ 등 총 세 가지가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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