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7년 BDA은행 北계좌 동결때 HSBC 멕시코지사에 北자금 26억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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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소위 보고서 공개 “마약 관련 불법자금 가능성”

영국계 금융그룹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멕시코 지사(HBMX)에 2005∼2007년 북한 계좌가 존재했던 것으로 미 의회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미국이 불법자금 세탁을 우려하며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계좌를 동결하자 북한이 우회 계좌를 개설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5년 7명의 북한 고객 명의로 개설된 계좌는 2007년 5월까지 존재했고 약 230만 달러(약 26억 원)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원 국토안전행정위원회 조사소위는 HSBC 청문회를 앞두고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돈세탁과 마약, 테러자금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테러리스트나 대량살상무기 관련 인물, 마약 거래자, 이란 북한 수단과 같은 집단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활용해 세계를 위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HSBC는 북한과의 거래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조사소위는 1년여 동안 HSBC가 마약·테러 조직의 돈세탁에 활용돼 온 내용을 조사해 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HSBC는 2007년 HBMX가 북한 고객에게 달러 계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멕시코 페소화와 달러화 계좌를 동시에 가진 북한 고객 7명이 모두 23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또 다른 9명의 북한 고객은 달러 전용 계좌에 4만6000달러의 잔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HSBC는 발견 후 이 계좌들을 동결했다.

이에 앞선 2005년 8월에도 HSBC는 자체 조사를 통해 개설이 금지된 북한 관련 계좌 3개를 발견하고는 모두 동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미국 내 HSBC 지점에서도 북한 계좌가 개설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달러화 계좌가 미국 지점에서 2010년 4월 28일까지 운영됐으며 이 계좌에서 달러화가 거래된 마지막 시점은 2007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멕시코 쿠바 페루 브라질 등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데, 당시 멕시코에서 발견된 계좌는 마약 관련 불법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당시 북한의 대외공관들이 마약거래 등을 통해 자체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북한의 대외거래 자금은 이 밖에도 무기 수출 및 사치품 수입, 위폐 제조 등의 불법 활동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조사소위 위원장 칼 레빈 의원은 “HSBC의 감독체계가 허술해 북한이나 범죄조직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접근하는 창구로 활용됐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HSBC, 북한-마약조직 등의 돈세탁 통로 역할”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HSBC#멕시코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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