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D금리 담합의혹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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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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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10곳에 조사관 파견

영국 런던의 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 조작 파문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격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CD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의 이자를 정할 때 기준으로 널리 쓰여 담합이 사실로 드러나면 대형 금융 스캔들과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번질 개연성이 크다. 5월 말 기준 가계대출의 약 40%인 260조 원가량이 CD 금리 연동대출이다.

○ CD 금리 담합 고강도 현장조사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CD 금리 고시에 참여하는 KB투자증권 KTB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증권사 10곳에 조사관을 파견해 PC를 압수하고 관련자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최근 시중금리가 내리는데도 증권사들이 의도적으로 CD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CD 금리는 4월 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석 달 동안 3.54%로 전혀 변동이 없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12일에 0.2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50%에서 3.19%로 떨어지는 등 대부분의 채권 금리는 꾸준히 하락했다.

공정위가 조사하는 3개월 만기 CD 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10개 증권사에서 금리를 보고받아 산술 평균해 고시한다. 최근 조작 사실이 드러난 리보 금리와 비슷한 결정 방식이다.

지난달 영국 금융당국은 영국 3위 은행 바클레이스가 리보 금리에 연동되는 파생상품에서 투자이익을 얻으려고 금리를 실제보다 낮춰 보고한 사실을 밝혀냈다. 바클레이스는 벌금 4억5300만 달러(약 5180억 원)를 부과받았고 고위 경영진은 퇴진했다.

○ 한국판 리보 스캔들로 확산되나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CD 금리의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CD 발행 잔액이 줄면서 CD 금리가 다른 시중금리와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일부 증권사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금리 정보를 교환한 뒤 CD 금리를 임의로 올렸다는 지적이 나와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공정위는 리보 금리 조작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CD 금리 결정 과정에서 금리 정보를 교환하고 의도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고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이 CD 금리와 연동된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득을 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또 공정위는 CD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대출금리를 더 받아 큰 이득을 보는 은행들이 증권사에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CD 금리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D 금리가 0.1%포인트 높게 조작되면 전체 가계는 연간 2600억 원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며, 2억 원을 CD 금리 연동대출을 받은 사람은 매년 20만 원의 이자를 더 내게 된다. 0.5%포인트 높게 조작됐다면 가계 전체로는 연간 1조3000억 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CD 금리 담합이 사실이면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등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CD 금리 조작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CD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기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데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

CD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무기명 정기예금증서다. 만기는 30일 이상으로 3개월, 6개월 만기가 일반적이다. 수급에 따라 할인율(금리)이 바뀐다. 국내 은행들은 과거 CD 금리에 연동해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대부분 결정하다가 2010년부터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개발해 대출 기준금리로 병용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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