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자택. 자택 맞은편이 울
창한 수목으로 뒤덮인 이 집은 성북동 고가주택 중에서도 최고의 입지 여건을 갖췄다
는 평가를 받아 왔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의 전통적인 부촌(富村)인 성북구 성북동과 종로구 평창동 일대의 수십억 원짜리 고급주택이 잇따라 법원 경매에 넘어가고 있다. 경기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5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성북동 자택이 이날 서울중앙지법 2계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35억21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당초 감정가(33억1199만6760원)보다 6% 이상 높은 가격이다. 주택 앞에 있는 앞마당도 13억4100만 원에 낙찰돼 감정가(11억6640만 원)를 웃돌았다.
이 주택은 성북동 내에서도 입지가 좋은 편이어서 인기가 많았고, 이는 낙찰가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게 경매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을 둘러싼 담 옆으로 성락원길이 지나고 있어 승용차 등으로 오가기가 쉬운 데다 자택 맞은편이 수목으로 뒤덮여 있어 사생활을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택의 경매 청구자는 예금보험공사로, 청구액은 1억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주택은 선순위 권리가 포함된 채권액만 256억1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이달에 성북동, 평창동 일대의 고급주택 4채가 법원경매에 부쳐진다. 이 중 감정가격이 31억 원인 평창동 421-10의 주택, 27억 원인 성북동 37-51의 주택은 한 번 유찰됐다 다시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다. 두산그룹 회장을 지낸 고(故)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의 성북동 자택도 4월 유찰된 뒤 재경매된다. 최초 감정가가 15억 원이었던 이 주택은 최저가가 12억 원으로 낮춰진 상태이며 24일 재경매 할 예정이다.
신흥 부촌인 강남권에서도 고급 아파트가 잇따라 경매됐거나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4일 개그맨 심형래 씨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가 경매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됐다. 심 씨와 부인 김모 씨가 공동으로 소유한 이 아파트의 최초 감정가는 53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유찰되면서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세 번째 입찰에서는 최저가가 33억9200만 원으로 떨어졌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성북동이나 평창동,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있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들은 ‘대한민국 최고 부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이런 곳에 위치한 주택들은 웬만해서는 법원경매에까지 나오는 일이 드물었다”며 “최근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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