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미디어]구제금융 신세 스페인 가다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짓다 만 신도시… 마드리드 옆엔 ‘유령도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약 30km 떨어진 세세냐 아파트 개발 지역. 1만3000채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로 5000채만 지은 채 건설이 중단됐다. 마드리드=조승현 채널A 카메라 기자 CANN022@donga.com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약 30km 떨어진 세세냐 아파트 개발 지역. 1만3000채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로 5000채만 지은 채 건설이 중단됐다. 마드리드=조승현 채널A 카메라 기자 CANN022@donga.com
스페인이 25일 최대 1000억 유로에 이르는 은행권 구제금융을 유럽연합(EU)에 공식 신청했다. 그리스 새 연립정부는 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프로그램 재협상을 하면서 기존의 긴축정책들을 뒤집는 요구안들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두 진원지 스페인과 그리스 현지의 상황을 2회에 걸쳐 르포로 소개한다.

성시온 채널A 기자
성시온 채널A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차를 타고 30분쯤 달려 도착한 ‘세세냐 지역’.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수도와 가깝고 초고속 열차가 개통된다는 개발사 등의 홍보 등으로 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 단지 내에 조성하다 중단된 공원과 인공호수, 야외 수영장과 골프장 등 시설들이 당시 활황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1990년대 스페인에서 부동산 가격은 10년 사이 3배가량 오르고 1년 만에 90만 채가 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찾아간 세세냐는 공사가 중단되고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는 당초 1만3000채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5000채가량 지어지다 중단됐다.

몇 개 동에 ‘유로 2012’를 응원하기 위해 내건 스페인 국기만이 사람이 있는 집이란 걸 말해줬다. 그나마 한 동에 2, 3개 정도에 불과했다. 3년 전 이곳 아파트로 이사 왔다는 세입자 이오시프 메사로스 씨 부부는 “이사 올 때만 해도 반도 안 찼던 우리 동은 이제는 70% 정도 사람이 산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사로스 씨 부부가 사는 동은 제일 처음 지어진 곳이라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나머지 단지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 입주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관리사무소 측은 설명했다.

아파트 건설 현장 옆으로는 고압 송전탑이 지나고 있다. 개발업체가 송전탑을 땅에 묻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건설 현장 주변에는 건설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어 공사가 한창 진행되다 멈춰진 것을 보여주었다. 한쪽에는 폐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아파트 이곳저곳에 ‘6만5000유로(약 9000만 원)부터 거래 가능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동산 개발업을 했던 하비에르 플라사 테헤라 씨는 “18만 유로에 거래되던 곳”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테헤라 씨는 “주거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곳에 무리하게 건설 허가를 내준 정부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세세냐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스페인 전역에서 발생해 스페인 경제를 침체로 몰아갔으며 구제금융 신청에까지 이르게 했다.

천주교 단체가 마드리드에서 운영하는 한 무료 급식소는 하루 40명쯤이 찾았으나 최근 수년간 하루 450∼600명으로 늘었다. 한창 맞벌이로 바빠야 할 것 같은 20대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무료 급식을 받으러 오는 모습이 스페인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주부 소니아 씨(33)는 “남편이 일자리를 구하러 영국으로 떠나 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며 “매일 1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 급식소까지 와서 저녁 지을 음식 재료를 받아 간다”고 말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의 후안 페드로 편집장은 “건설업 붕괴로 관광과 서비스업 등 주변 경제도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드로 편집장은 “청년 실업자들은 스페인을 떠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침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에서 성시온 채널A 기자 s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