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10개라도 덤벼” 66㎡ 동네슈퍼 기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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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야 이긴다”… 공룡과 당당히 맞선 알짜슈퍼 2곳

20여 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해 오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점포를 탈바꿈시킨 오마트 김영식 사장(왼쪽)이 물건들을 정리하며 웃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최용민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여 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해 오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점포를 탈바꿈시킨 오마트 김영식 사장(왼쪽)이 물건들을 정리하며 웃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최용민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늘 수박이 진짜 좋아요. 아까 오전 5시 반에 청량리에서 떼 온 거예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66m²(약 20평) 남짓한 규모의 슈퍼마켓 ‘오마트’. 김영식 사장(54)은 밀려드는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오마트는 얼핏 봐서는 일반 슈퍼마켓과 다를 게 없지만, 사실 요즘 같은 불경기 속에서도 월 6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알짜 슈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마트의 매출은 월 6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바로 옆에는 재래시장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홈플러스, 이마트, 창동 하나로클럽에 대기업 계열의 각종 편의점들까지 줄줄이 늘어서 있다. 치열한 경쟁에 치이다 보니 매출도 점점 줄어들고 남는 것도 없었다. 폐업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20여 년간 손때 묻은 가게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김 사장은 “나부터 변해보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목이 좋아 장사 잘되는 거지 뭐’라며 외면했던 인근 마트에 처음으로 가봤다. ‘소품종을 다양하게 갖춰놓을 것’ ‘현금지급기를 들여놓을 것’ 등 배울 점을 수첩 한 가득 적어 나왔다.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딸, 아내와 함께 중소기업청에서 여는 슈퍼마켓 서비스 교육도 받고 수소문 끝에 슈퍼마켓 컨설턴트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슈퍼 운영 22년 만에 처음으로 고객 입장에서 가게를 바라보니 고칠 점이 무척 많았다”면서 “과거에는 지저분한 냉장고들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고 상품도 무성의하게 쌓아놓고 팔았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오마트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편의점의 장점을 합해놓은 공간으로 바뀌었다. 청량리 청과시장에서 좋은 과일을 들여오고, 매실을 설탕에 잰 ‘매실액’을 만들어서 파는 등 오직 오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을 재래시장 값에 파는 데 공을 들였다. 또 쌀부터 애견 간식까지 상품 구성도 다양화했다.

특히 공산품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도매시장을 찾아다니며 원가를 낮췄다. 내부에는 편의점처럼 라면을 끓여 먹고 갈 수 있도록 정수기와 탁자를 두고, 1000원짜리 아이스커피도 팔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티(T)머니’를 충전해 주는 곳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교통카드 충전도 시작했다.

김 사장은 “커피 내리는 기계만 해도 커피 판매 업체들이 무료로 대여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 노력하다 보니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갈마동의 264m²(약 80평) 규모 ‘OK할인마트’ 역시 주변에 대형마트와 SSM이 둘러싸고 있지만 매년 15%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곳 김병헌 사장(53)이 6년 전 슈퍼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월 매출이 700만 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24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OK할인마트는 ‘소포장 제품’을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야채나 과일을 투명한 봉지에 소량씩 넣어 팔고, 먹기 편하도록 씻은 과일을 판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 밖에도 손님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 주기적으로 매대 배치나 상품 구성을 바꾸기도 한다. 손님들의 불편사항을 체크하는 것도 김 사장의 일과다.

오마트와 OK할인마트의 두 김 사장은 “대형마트 10개가 덤벼도 자신이 있다”면서 “무작정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보다 슈퍼마켓 주인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무료 교육이나 컨설팅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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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대형마트#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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