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회장 “농협금융 ‘덩치도 크지만 날렵한 곰’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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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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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규 회장 취임

“‘덩치는 크지만 느린 곰’을 ‘덩치도 크고 날렵하기까지 한 곰’으로 바꾸겠습니다.”

전날 NH농협금융지주의 2대 회장으로 내정된 신동규 전 전국은행연합회장(61·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금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 뒤 동아일보와 전화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은 “금융계 일부에서 농협을 ‘덩치만 큰 곰’으로 폄훼하고 있지만 농협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지점 수가 많고 소매금융에도 강점이 있는 조직”이라며 “잦은 전산 사고 등 위험관리 분야의 약점을 보완해 우리 하나 KB 신한 등 4대 금융지주와 경쟁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폐쇄적인 조직문화, 느린 의사결정, 공급자 위주의 영업태도 등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의 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약 250조 원으로 350조 원 안팎의 자산을 보유한 4대 금융지주보다 외형은 작다. 하지만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농협은행 지점 수는 1177개로 1000개 안팎의 지점을 보유한 4대 시중은행을 뛰어넘는다. 전국 4475개에 이르는 단위농축협까지 포함하면 월등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신 회장은 다소 보수적이고 변화를 기피하는 듯한 직원들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데도 자신이 적임자라고 했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장 시절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 독점하던 무역금융시장에 후발 주자로 가세한 후 직원들의 보수적인 업무마인드가 민간 은행만큼 도전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농협노조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신 회장은 “관료를 그만둔 지가 10년이 다 돼 가고 나도 은행을 경영해 봤는데 무슨 관치냐”라며 “은행들의 이익단체인 은행연합회장을 지내며 나만큼 정부에 맞선 사람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규제를 구두로 지시하자 “당국의 지시사항은 구두가 아니라 문서로 이뤄져야 한다”며 당국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공공성이 강한 데다 정부 출자로 설립된 만큼 정부나 국회를 상대할 일이 많다는 점을 들면서 “관료 경험이 경영활동에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0% 토종 자본으로 만들어진 농협금융이 잘돼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국민이 기대하는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신동규#취임#농협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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