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 추천 종목 절반이 ‘헛다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 1~5월 리포트 2918건 분석

김모 씨(43)는 올 1월 LG화학 매수를 추천하는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접하고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요즘 그는 아예 주식시장에 관심을 끊었다. 전문가의 추천을 믿고 자신 있게 매수한 LG화학의 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1월 30만 원대 중반을 유지하던 주가는 현재 20만 원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김 씨는 “주가가 엄청 뜨진 않더라도 떨어지지는 않겠지 했는데 이렇게 곤두박질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증시가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비롯된 해외 악재에 출렁이면서 전문가들로 꼽히는 ‘애널리스트’마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1∼5월 기업대상 리포트 2918건을 분석한 결과 매수나 비중확대 등으로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한 상위 20개사 중 9개사는 5월 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기업 실적을 예상하고 투자 유망종목을 골라내는 애널리스트들이 앞다퉈 추천한 종목조차 절반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라고 권유한 상위 20개 종목 중 기아차(20.24%) 삼성전자(14.46%) SK하이닉스(5.24%) 등은 5월 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거두며 체면을 지켰다. 반면 다음(―15.75%) LG디스플레이(―14.69%) 현대제철(―11.49%) LG전자(―11.16%) 삼성엔지니어링(―6.70) 등은 매수추천 의견이 무색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애널리스트라고 해서 스페인 구제금융 같은 해외 돌발 변수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매각과 같은 ‘깜짝 사건’을 미리 점칠 수는 없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돌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민망한 성적이 나온 데는 독립적으로 투자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기관투자가들의 눈치를 보거나 시장 상황이 달라져도 탄력적으로 투자 의견을 조정하지 않는 애널리스트의 안이한 태도 탓도 있다는 ‘쓴소리’를 했다.

현재 적지 않은 투자자가 “전문가도 못 믿겠다”며 ‘투자 휴식기’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포기가 늘면서 코스피의 월평균 일 거래량은 2월 6억2867만 주로 정점을 찍었다가 3월 4억9688만 주로 떨어졌다. 4월 5억3236만 주로 다소 살아나다가 5월에는 4억7725만 주까지 줄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당분간 아예 관심 끊고 쉬고 있을 테니 원금 회복이나 되면 알려 달라는 투자자가 많다”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투자를 계속하는 이들도 ‘지수’에 베팅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실제로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투자신탁’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 등 인덱스펀드가 5월 자금유입 상위펀드에 들어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전문가들도 조언하기 어려운 시기”라며 “4분기 정도가 돼야 유럽 문제가 정리되고 시장도 가닥을 잡을 수 있는 만큼 그때까지는 섣부른 투자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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