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한 몸 된 기업 ‘3社 3色 궁합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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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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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용광로 방식 융합, 현대건설 -정주영 DNA 공유, 대우인터 - 기업문화 존중
■ ‘인수 후 통합’ 작업 주목

“SKMS가 그룹 계열사 이름인가요?”(SK하이닉스의 한 임원)

“SK의 경영관리 체계로,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정립된 경영철학과 방법을 뜻합니다.”(SK텔레콤 직원)

지난달 초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SK아카데미. 올 2월 SK그룹이 인수합병(M&A)한 SK하이닉스의 임원들은 조직문화 통합을 위한 워크숍에서 생소한 용어들이 쏟아지자 어리둥절해했다. SKMS를 계열사나 경영조직의 이름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SK 직원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라는 의미로 쓰는 수펙스(SUPEX)는 운영비용을 뜻하는 오펙스(OPEX)나 투자비용인 케펙스(CAPEX) 등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정우진 SKMS 변화추진팀 팀장은 “SK가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이라면 하이닉스는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실행을 중시하는 수직적 문화”라며 “두 회사가 작은 용어부터 서로 이해하고 융합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용광로 문화’ 추구하는 SK

SK그룹이 하이닉스를 M&A한 지 100일이 지나면서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도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서비스 등 공기업을 인수해 성장동력으로 삼아 온 SK가 하이닉스와 어떻게 ‘기업문화 궁합’을 맞출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4월부터 워크숍에 참석한 SK하이닉스 임원 130명은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충북 충주 인등산을 오르기도 했다. 인등산은 최종현 선대 회장이 “나무를 심어 고급 목재로 자라면 이를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며 조림사업을 했던 곳으로 SK의 인재중시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SK그룹 측은 하이닉스 파견 인원을 임원 8명과 팀장급 직원 10명 등 모두 18명으로 최소화했다. 하이닉스 전체 인원(2만3700여 명) 대비 극소수 인원만을 보내 불필요한 문화적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다.

○ 3사(社) 3색(色)의 기업 PMI

최근 3년간 독자적 기업문화가 강한 기업을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의 PMI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그룹의 모태 격인 현대건설을 M&A한 지 1년가량이 지났지만 조직문화 통합은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차는 건설계열사 현대엠코의 김창희 부회장을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보내 제조업체와 건설업체의 가교 역할을 맡도록 했다.

또 현대건설 직원들에게 자동차 구매할인제 등의 혜택을 제시해 현대차그룹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심어줬다. 특히 창업주의 개척정신인 ‘정주영 DNA’를 다시 일깨워 양사의 거리감을 좁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우그룹 계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는 과거 세계경영을 펼치던 대우의 공격적인 문화를 존중하는 ‘자유방임형 PMI’ 전략을 폈다. 관리문화가 강한 철강기업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결과로 평가받는 종합상사의 문화와 충돌하는 것을 우려해 파견자도 3명에 그치고 명함이나 직함 등의 변화도 최소화했다.

○ 남은 과제는

M&A 분야의 전문가들은 LG전자와 현대전자가 합병한 영향으로 아직도 두 개의 노조가 있는 하이닉스를 SK의 ‘용광로 문화’에 어떻게 녹일지가 조직문화 통합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 아래 위기가 지속되면서 두 노조 간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SK라는 든든한 배경이 생기고 실적이 좋아지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현대엠코와 현대건설과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자동차 공장의 건설 및 보수는 현대엠코가, 다른 공사는 현대건설의 몫으로 교통정리를 했지만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전략이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양사의 합병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대우라는 이름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대우그룹의 일원이었다는 자부심이 강한 부장급 이상들은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SKMS#SK#조직문화#P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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