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도 뱅크런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코스피가 1,782.46으로 연중 최저치로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이 급등하는 패닉 양상을 보였다. 사진은 18일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의 딜링룸.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현실화로 촉발된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스페인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 금융시장도 18일 코스피가 63포인트가량 폭락하면서 1,800 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이 연중최고치로 치솟는(원화가치 급락) 등 크게 요동쳤다. 》 글로벌 경제가 유로존 위기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은 ‘패닉(공포)’이라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원화가치는 하락)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전망을 구축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는 62.78포인트(3.40%) 폭락하면서 1,782.46에 장을 마쳐, 지난해 12월 20일(1,793.06) 이후 처음으로 1,800 선이 붕괴됐다. 코스피는 5월 들어서만 199.53포인트(10.06%) 급락하면서 115조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외국인들은 이날 4349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등 이달 들어서만 13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 총 3조1609억 원어치를 팔았다. 일본(―2.99%), 대만(―2.79%), 홍콩(―1.74%)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앞서 17일(현지 시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1% 이상 급락한 가운데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1.24%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9원 급등한 1172.8원에 마감됐다. 환율은 5월에만 42.8원 급등하면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불러온 지난해 8월 한 달간 상승폭(12.3원)의 3배를 웃돌았다. 가파른 환율 상승세는 수출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수출 증대 효과보다는 수입물가와 원유 도입가격 상승 같은 악재가 커져 국내 경제에는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위기조짐이 나타나지 않은 등 경제기초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지만 불안심리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적극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양한 상황에 따라 비상계획을 세워뒀기 때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외환 안정성 확보,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에 힘써 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 놨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외환 사정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186억 달러로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3000억 달러+알파’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지적받아온 단기외채는 지난해 말 기준 1361억 달러로 총 외채(3984억 달러)의 34.2%에 불과하다. 2001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또 정부는 통화스와프(서로의 통화를 맞바꾸는 거래) 계약 규모를 지난해 11월 일본과는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중국과는 1800억 위안에서 3600억 위안으로 각각 늘렸다. 2010∼2011년 잇따라 마련한 외환건전성 3종 패키지(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거시건전성 부담금 부과, 선물환 포지션 규제)로 단기자금 유출입 문턱도 높였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의 방어책과는 무관하게 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거센 외풍이 닥치면 늘 흔들릴 수 있는 데다 유럽 재정위기는 경제와 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8월에 비해 공포와 주가 폭락의 강도는 약하지만 회복 시간은 더 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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